[최정희의 이게머니]꺾여버린 선행지수, 韓경제 혐로 예고

최정희 기자I 2021.09.06 17:15:30

7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1년 2개월만에 하락 전환
교역조건 악화 등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끌어내려
美 테이퍼링 본격화하면 코스피 등 금융지표도 흔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불확실성 커져…혼조세 전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년 2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보이다 꺾인 것이다. 향후 경기국면을 보여주는 대표 선행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꺾였다는 건 하반기 경기 흐름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수출보다 더 빨리 오르는 수입물가, 선행지수 흐름 바꿔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하다가 1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외환위기 직후 경기 회복기였던 1998년 7월부터 1999년 8월까지 14개월 연속 상승, 역대 최장 기간 상승세를 보인 이후 두 번째로 가장 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코스피, 장단기 금리차 등 금융지표를 비롯한 재고순환지표, 경제심리지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수출입물가비율 등 총 7개 지표로 구성되는데 이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끌어내린 주범은 수출입물가비율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 하락했는데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수출입물가비율이 0.077포인트로 절반 좀 못 되게 순환변동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그 외 재고순환지표, 건설수주액 등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하락시켰다.

(출처: 통계청)


수출입물가비율은 수출물가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것인데 4월 이후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 품목 가격이 오르긴 하나 국제유가 등 수입 품목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월 93.13으로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넉달 연속, 전월비로도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중간재 등을 수입, 가공해 최종재를 수출하는데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더 높으면 수출을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산을 덜하게 될 것이란 추정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제조업 디플레이터는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8% 상승했으나 2분기에는 3.0% 하락했다. 이는 제조업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으나 제품 가격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덜 반영되면서 제조업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릴 유인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또 재고가 감소하는 속도보다 출하 증가세가 둔화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재고순환지표도 7월 전달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중국 등 G2의 경기 회복 둔화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착수 등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피 지수 등 금융지표도 함께 흔들릴 수 있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흐름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경기 긍정·부정요인 공존…“당분간 혼조세 전망”

다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한 달 하락했다고 해서 경기가 꺾이는 추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까지 이른 측면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단기 고점을 찍고 1개월 만에 경기수축기로 진입한 적도 있지만 금융위기 직후엔 순환변동치가 하락한 이후 19개월이 지나서야 수축기로 돌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경기선행지수는 7월 102.1로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관계자는 “변이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테이퍼링 등 불안정한 이슈가 있긴 하나 백신 접종 확대와 안정적인 소비는 긍정적”이라며 “혼조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39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면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델타 변이 확산으로 소비가 큰 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형국이다.

한편에선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은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최근 기자브리핑에서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액, 국내 기계수주액이 모두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고 건설투자는 2분기 날씨 요인이나 건축자재 수급 이슈로 감소했지만 건설 선행지표인 건설허가면적과 수주액을 보면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자본재 수입액은 7월 182억4000만달러로 전월대비 4.4%, 전년동월대비 16.8% 증가했다. 국내기계수주 또한 전월대비 6.8%, 전년동월대비 42.8% 각각 늘어났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허가면적은 2분기 전년동기비, 전분기비 모두 29.3% 증가했고 건설수주는 전년동기비 16.1% 증가하긴 했으나 전분기로는 6.9% 감소했다. 건설허가나 수주가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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