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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 CBC방송과 인터뷰에서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맞서지 않은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4년 내내 그랬다”며 “그들은 분명히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했던) 첫 이틀 동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11·3 미 대선의 승패는 사실상 가려졌다. 선거인단 538명 중 바이든 당선인은 306명,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을 확보했다. 이미 대부분의 미 언론은 트럼프의 소송전은 필패로 귀결될 것으로 보고 ‘바이든 승리’를 선포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지적처럼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패배’를 인정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거물급’에서 더 그렇다. 이유는 자명하다. 비록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그의 영향력, 즉 공화당 내 지분은 다시 한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7312만표를 얻었다. 7876만표를 득표한 바이든 당선인에게는 졌지만,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최대 득표 기록일 뿐만 아니라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던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6950만표)까지 넘어섰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 등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화당 내 잠룡들이 일제히 트럼프 불복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 모두 트럼프의 ‘지지층’을 고스란히 이어받지 못하면 향후 대권의 꿈은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층에 보기 드문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며 “차기 대선주자들은 트럼프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두려워할 정도”라고 썼다.
실제로 미 정가에선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1순위로 트럼프를 꼽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올해 74세로, 4년 후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와 같은 나이(78세)가 된다. ‘고령’이 논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19 감염도 거뜬히 이겨낸 만큼, 건강도 문제 될 게 없다. 연임에 실패했을 뿐 미 헌법에 따라 ‘재임’은 가능하다. 22·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라는 전례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불복 논란이 정치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극도의 분열상을 그리자, 공화당 거물들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트윗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공화당 지도자들이 민주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 않은 우리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선거에 패배했으며, 그의 부정선거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공화당 거물들이 직접 나서 트럼프를 말려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