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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도 솔루스의 주가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렸다. 상장 초반 1만원대 초반을 점치던 목표주가는 석달새 3만원에 육박했다. 주가가 뛰면서 목표주가를 밀어 올리는 과정이 반복됐다. 주가에 날개가 달리자 시가총액도 거침없이 불어났다.
두산솔루스는 지난 2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7% 늘린 3340억원으로 제시했다. 1만톤(t) 생산규모를 갖춘 유럽(헝가리) 전지박 공장이 올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소식도 더했다.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재료가 더해진 순간이었다.
국책은행에서 1조원 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기 사흘 전인 4월 9일 두산솔루스의 매각 소식이 처음 전해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와 경영권 인수(지분 약 51%)를 위한 협상에 나섰으며 ‘6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가격도 나왔다.
그러던 같은 달 13일 두산그룹 측이 솔루스 단독 협상 중단을 통보하면서 공개 매각 형태로 돌아섰다. 양측이 평가한 기업가치 차이가 매각 결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두산그룹은 매각 지분 가치를 1조원에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알짜 계열사를 파는데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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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전이 길어지면서 오가는 얘기도 많아졌다. 솔루스 인수 이후에도 경쟁사보다 낮은 생산능력 극복을 위해 수천억원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던 포스코(005490)가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굴지 SI들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추측은 끊임없이 나왔다. ‘새 주인 기대감’에 들뜬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는 지난달 27일 4만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도 어느새 1조원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때부터 스텝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두산 측 계산과 달리 공개 매각은 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매각설에 주가가 계속 오르며 거품이 덩달아 낀 점도 우려 요소였다. ‘승자의 저주’ 내지는 ‘독이 든 성배’라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프라이빗딜(수의계약)로 계속 갔다면 협상이 더 수월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2일 시작한 두산솔루스 예비입찰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군과 사모펀드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매각 일정에 여유를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원매자 대다수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오버페이’(Over Pay)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매각 과정에서 시나브로 늘어난 가격을 두고 ‘터무니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자금난에 처한 회사가 맞느냐’며 솔루스 매각전을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매각을 염두한 상장을 모를 리 없는 원매자들이 상장한 지 8개월 남짓한 회사에 1조원 훌쩍 넘는 자금을 베팅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처럼 유력 계열사를 비싸게 팔아야 차후 매각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다면 채권단의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지원자금을 덜어줄 ‘기대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솔루스의 매각전은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매각전이 지지부진할 경우 공개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 결국은 오를 대로 오른 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원매자들이 책정한 가격 범위 안팎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가격이 오르는데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난다면 매각전이 흥행할 수가 없다”며 “사업 잠재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경우 매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