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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효 가스공사 사장 해임안 부결 논란 '일파만파'

방성훈 기자I 2015.01.08 17:37:12

산업부 "이사회 무기명 투표 法的으로 문제 있어"
尹산업장관 "공공기관장, 처신잘해야"..우회적 압박
"산업부 과도한 개입..되레 주주에게 손해 끼칠수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산업부 5층 대회의시에서 가진 ‘공공기관 혁신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가스공사 이사회가 장석효 사장 해임안 부결 후 법률 검토에 나서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장 사장은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과거 재직했던 예인선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쓰는 등 총 2억 8900만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불구속 기소됐다.

가스공사 이사회는 전날 비상임 이사 7명 전원이 참석해 장 사장 해임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찬성표가 5표 이상이 필요했으나 찬성 4표와 반대 3표로 부결됐다.

장 사장의 비리가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의견과 직무 관련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관장으로서 도덕적 자질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산업부 “이사회 무기명 투표 法的으로 문제 있어”

8일 산업부와 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가스공사 비상임 이사들이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면서 반대표를 던진 것이 기관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를 경시한 것이 아닌지, 그릇된 판단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이 아닌지 등을 두고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이사회는 상법상 공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실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정부가 26.86%, 한국전력이 24.46%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결정으로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데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것이 잘못됐다는 게 산업부의 논리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는 기관장 등 경영진을 견제하고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데 경영이나 주주가치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률 검토를 하지 않더라도 장 사장의 해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기재부 장관 또는 산업부 장관이 공운위 심의를 거쳐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어서다.

◇尹산업장관 “공공기관장, 처신 잘해야”

논란은 장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됐다면 산업부가 이 같은 법률검토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산업부는 가스공사 이사회 결정에 대해 당혹해하는 것을 넘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어서다. 장 사장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공기업 비상임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신규 선임 공모를 통해 임원추천위원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이사들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복수의 공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임명한 이사들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인데 장 사장이 그만큼 로비를 잘 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한편으론 항상 같은 이사회 멤버로 가깝게 지냈던 사장을 해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가스공사 사장이 ‘사실상 공석(空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 사장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검찰 기소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재판 준비만으로도 정상적으로 직원들을 지휘·통솔하거나 대외업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 혁신 전략회의’에서 장 사장의 검찰 기소 내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공공기관 비리척결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장은 몸소 모범을 보여줘야 하고 처신도 잘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과 자회사 간 불건전한 관행 등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과도한 개입…되레 주주에게 손해 끼칠 수도”

그러나 일각에선 산업부가 최대주주일지 모르지만 가스공사가 상장사인 만큼 산업부의 이 같은 행태가 되레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에서 선언적이나마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판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옳다 그르다를 논할 수 없다”면서 “산업부가 장 사장 대신 다른 사람을 앉히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사장도 전날 이사회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된 사실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장 사장은 그러면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산업부가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 사장의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3명의 비상임 이사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검찰이 장 사장을 기소한 내용을 보면 현직 사장 시절에 대한 혐의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매우 엄중한 내용”이라면서 “기관장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경우 관련 검찰 기소만으로도 직무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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