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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 문형배 "헌법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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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9.17 10:45:47

문형배 전 헌재소장대행, SBS라디오 출연
"헌법이 논의 출발점"…권력갈등론에 일침
"왜 정치문제 다 사법부에 가져오나" 반문
"신속vs공정, 이해관계 달라 사법개혁 어려워"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원에 있던 27년간 사법개혁을 외쳐왔다고 밝힌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현재 한국 정치와 사법부를 둘러싼 갈등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며 “정치문제를 왜 다 사법부에 가져오느냐”며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선출권력과 임명된 권력의 우위 논쟁’과 관련해서는 “헌법을 읽어보라”고 일축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친 뒤 Q&A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문형배 전 헌재소장대행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치 문제를 사법부에 가져오면 그 판결이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하고, 그것이 사법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여야가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라며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를 언급하며 “이른바 보수진영에서 그 판사를 엄청나게 공격했는데, 그건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올린 ‘선출권력 대 임명된 권력’ 우위 논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 전 소장대행은 ‘선출권력과 임명된 권력, 어느 것이 우위냐’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며 “우리의 논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헌재 수장을 지낸 인물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각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명확히 못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은 그가 30년 가까이 고민해온 사법개혁의 근본적 딜레마와 맞닿아 있다는 게 문 전 대행의 진단이다. 그는 “지난 30년, 40년 논의를 했는데 결론을 못 내렸지 않았나. 이유가 있다”며 개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신속을 강조하면 진 사람에게는 공정한 재판이 문제가 된다”며 “진 사람으로서는 재판을 많이 하는 게 좋고, 이긴 사람은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했다. 다시 말해, 패소한 측은 상급심을 통해 판결을 뒤집을 기회를 더 원하지만, 승소한 측은 빠른 확정판결을 선호한다는 근본적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행정부도 이해관계가 있고, 입법부도 관계가 있으며, 국민도 원고일 때 피고일 때가 다르다”며 복합적 갈등구조를 지적했다. 역대 정부마다 사법개혁을 시도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판사 시절의 고민 끝에 “재판은 독립되어 있어야 되고, 판결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부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사법부 신뢰도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진단했다. 문 전 대행은 사법부 신뢰도 하락 원인으로 “관용과 자제가 떨어졌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가 분열돼 있고, 그 연장선상에 사법이 놓여 있다”고 했다. 결국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현실 진단이다.

그럼에도 해법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사법개혁의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법부는 개혁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인 동시에 건설적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편, 문 전 대행은 자신이 이끌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을 야구의 ‘8회 투아웃 공격’에 비유하며 “한 회가 더 있는 상황”이라고 빗댔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는 뜻으로,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믿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시 느낀 소회 글에 어떤 제목을 붙이고 싶나’라는 질문에 문 전 대행은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렸다’라고 답하며 “이게 탄핵 결정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해제됐고, 헌법위반의 책임을 헌법재판소가 물었다. 그럼으로써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비상계엄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이걸 우리 누구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문장으로 ‘정부와 국회 사이의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문제’라는 부분을 꼽았다. 문 전 대행은 “이는 모든 정부, 모든 정파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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