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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능선 넘은 SK이노·SK E&S 합병…남은 변수는 '주매청'

김성진 기자I 2024.08.27 16:31:45

국민연금 등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목
"내부현금 1.4조, 주매청 충분히 감당"
주매청 대량 발생하면 미래 투자 불리
주가 11만1943원 마감, 향후 움직임 주목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재 회사 내부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이다. 현재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27일 SK이노베이션은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예상대로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참석주주 85.75%의 압도적 찬성으로 합병안이 가결됐다. 해당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된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다만 최종 합병에 이르기까지 변수는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SK E&S와의 합병결정을 공시하며 주식매수청구 행사 가격은 1주당 11만1943원으로 정하고 총한도는 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동시에 “8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합병 당사회사들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상황에 따라 두 회사가 합병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6817억원어치를 매입해야 한다. 소액 주주들이 동참한다면 8000억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금액 한도인 8000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예정대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사장은 “예상 범위 내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만약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면 고민이 되겠지만 이사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병 성사와 별개로 주식매수청구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에 부담이다. 합병 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돈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이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투자재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도 시너지 창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권 행사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이 지수를 추종하는 형태의 패시브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 후 자산 100조원이 넘는 기업의 주식을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업계의 시선은 주가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 가격(11만1943원)과 얼마나 차이 나느냐에 따라 주식매수청구 규모도 확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대비 3.1% 오른 10만9800원에 마감했다. 주식매수청구 행사 가격과는 2143원 차이 나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만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 합병 비율은 1 대 1.1917417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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