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56) 한국문학번역원장이 원래 본업인 시인으로 돌아왔다. 전작 ‘너는’(2018, 문학과지성사) 이후 5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북방의 시인’이란 별칭답게 시인이 이번에도 천착한 곳은 ‘북방’(北方)이다. 시집 ‘지도에 없는 집’(2010)부터 북방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호명해 왔고, 이번 신작에서도 역사의 현장이자 그리움의 진원지로서의 북방을 여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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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은 머물지 않고 나아간다. “월이 혹은 순이”로 불린 “그리운 무명의 사람들”(‘만선열차’)을 넘어 지금, ‘여기’로 확장한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250여명 아이들”(‘늦은 졸업식’)과 “어느 날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시커먼 분진 속에 스러진 스물넷 청춘”(‘위로할 수 없는 슬픔’), “북에서는 굶어 죽을 뻔하고/ 남에서는 끝내 굶어 죽은”(‘죽음을 건너 죽음으로) 탈북민을 애도한다.
시인의 애도 방식은 ‘소리 없이 울고 간’ 이들의 옆자리를 지키며 그냥 함께 엉엉, 우는 것이다. “그냥 곁에 앉아 그와 함께 울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렇게 슬픔에 감염되고 슬픔을 통해 연대한다/ 저마다의 몸과 마음에 난 크고 작은 구멍들을 추스르고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시인 곽효환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여정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중략) 다시 여장을 꾸릴 것임을. 그래왔듯이 그 길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묻고 사유하고 걸을 것”이라고 소망의 풍경 하나 꺼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