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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확실성도 해소 안돼…억눌린 회복”
대외연은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2022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1%, 내년은 2.4%로 전망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 성장률은 0.4%포인트, 내년은 1.2%포인트나 낮췄다. 수정된 대외연의 내년 세계경제 전망치(2.4%)는 국제통화기금(IMF·2.7%)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사이다.
내년 국가별 전망치를 보면 미국이 0.6%, 영국 -0.2%, 일본 1.5%, 중국 4.8%, 인도 5.6%,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5개국 4.9%, 러시아 -2.5%로 각각 예측했다. 미국·영국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1.6%를 낮췄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는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며 유로지역 성장률은 종전 대비 2.4% 낮춘 0%로 예상했다.
대외연은 반년 만에 전망치를 급격히 하향한 이유로 ‘어떤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종 대외연 원장은 “지난 5월 이 자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러-우 사태 종전 경로 및 완화 전환 등 세계경제가 마주친 복합 위기를 말씀 드렸다”며 “6개월 지난 지금 이중 어느 것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없다.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세계경제성장 키워드는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으로 잡았다. 직전 발표한 올해 하반기 키워드가 ‘정책 전환기, 경로의 초불확실성’이었던 점을 돌이키면 불확실성을 지나 뚜렷한 침체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외연은 △금리 급상승과 민간 부채 부담의 실물 전이 △재정 역할의 딜레마 △높은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안성배 대외연 국제거시금융실장은 “5월과 달라진 주요 상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러-우 사태의 장기화”라며 “올해 말에는 전쟁이 어느정도 해결되고 유럽도 회복되는 시나리오가 있었으나, 현재는 내년까지 전쟁의 영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미 연준(Fed)도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어 고금리 기조도 쉽게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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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감소, 일시적 아닌 구조적…내년 유가 안정 전망”
대외연은 미중 전략 경쟁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망 파편화 속에 줄어드는 대(對)중국 수출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회복되기 어려우니 구조적인 대응을 준비하라는 조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6.5%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김 원장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쟁력이라 하는 것은, 지금 반도체를 제외한다고 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일시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상당히 구조적”이라며 “향후 대중 수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도 이같은 감소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외연은 올해 물가 급등 주범인 유가는 내년에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외연은 내년 세계경제전망 가정 중 하나로 2023년 연평균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를 91.6달러로 설정했다. 현재 WTI가 85.83달러(9일 종가)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유가 상승률이 10%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대외연 관계자는 “최근 오펙플러스(OPEC+)가 200만 배럴을 감산한 것은 수요를 예측해 결정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며 “유가는 전반적으로 내년에 안정적으로 갈 것으로 본다. 일시적으로 잠깐 상승할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외연은 현 경제위기가 1970~1980년대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교해 약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위기를 넘겼던 것처럼 잘 대응하면 이번에도 머지않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다. 김 원장은 “이제야말로 정책의 조합과 국제공조,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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