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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12 신고로 접수된 스토킹 피해는 총 753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105건 꼴로 매일 1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이 가운데 총 880명의 피의자가 검거되고 58명이 구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신고 건수의 12.44%에 불과한 수치로 검거율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14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은 흉기에 찔린 뒤 스마트워치로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용의자 조모(56)씨는 이날 오후 10시 9분쯤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와 1분 후에 흉기를 겉옷 주머니 속에 넣으며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갔다. 오후 10시 12분 스마트워치 신고를 받은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행이 이뤄진 뒤였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자들의 보호조치가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병찬(36)은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했고, 같은 해 12월 이석준(26)은 신변보호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유사 범죄의 되풀이다.
김병찬 사건 당시엔 스마트워치 오류로 경찰이 즉각 출동하지 못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피해자는 두 차례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경찰은 12분만에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번 구로 살해 사건에선 스마트워치의 정확도를 높였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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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접근금지 등 현행 피해자 보호 조치들이 가해자에겐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 강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3분보다 빨리 도착할 순 없어 스마트워치 같은 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유치장에서 나오자마자 흉기로 찔러버리면 대처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오 교수는 “미국의 경우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해선 무조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한다”며 “가해자에게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전자발찌를 채우는 방안은 인권 문제도 남아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언급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과 신변보호 조치는 모두 물리적으로 이뤄지는 조치이기 때문에 가해자의 심리를 교화하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구로 사건 용의자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본인 목숨을 걸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사람에겐 전자발찌를 채운다고 해도 범죄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이들의 왜곡된 정서와 심리, 태도를 교정시키려는 노력이 현재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치장에 있는 기간 동안 심리전문가나 스토킹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경찰관 등이 이들을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현행 스토킹처벌법엔 이런 심리적 교화 조항이 없어 이들의 경도된 심정을 누그려 뜨리는 작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