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선거 8개월 앞두고 시작된 김기현 수사…수사팀장 "내적 고민"

한광범 기자I 2022.02.07 15:14:45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울산경찰 수사 위법성 쟁점
"측근비리 수사, 통상 선거 이후…김기현 수사 강행"
"황운하, 수사 잘못한다며 의외인물 지수대장 임명"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울산경찰 내부에서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수사를 두고 선거개입 우려가 제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울산경찰 수사의 위법성을 두고 또 다시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 마성영 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이모씨는 “2018년 지방선거 8개월 전인 2017년 10월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착수를 하며 내적으로 충분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17년 수사 경력을 보유한 이씨는 “과거 경험상 선거 목전에는 (출마자 친·인척 수사를) 잘하지 않았다”며 “보통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거가 끝나고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들은 통상 선거를 앞두고 ‘선거개입’ 우려를 이유로 출마자 친·인척 비리 수사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지만, 울산경찰이 지방선거 8개월을 앞두고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강행했다는 증언이다. 그는 다만 ‘선거 목전’에 대한 변호인 질문에 “예비후보 등록시점 이후”라며 “8개월 전이라면 선거목전이라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정보과, 이례적으로 직접 제보자 소환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수사 역시 통상적 절차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통상 범죄 첩보를 통한 수사 개시는 정보과에서 자체적으로 결재를 진행한 후 이를 수사과에 이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김 전 시장 사건에서는 정보계장이 2년 전 종결된 첩보를 재생산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이끌었다. 정보과에서 연휴 기간 중 김 전 시장 측에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전 건설업자 A씨를 불러 수사과에 통보한 것이다.

이씨는 “첩보 내용도 모르던 상황에서 정보과로부터 ‘제보자가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빨리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기관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사건 욕심도 있어서 내부 보고를 진행한 후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첩보 보고서엔 ‘김기현 전 시장 자금관리내용, 친·인척 비리 추가 진술 가능’이라고 기재돼 있어 수사의 칼날이 김 전 시장을 향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씨 역시 “김 전 시장으로 사건이 집중된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이전에 동일한 첩보가 있었다는 건 몰랐다”며 “이 같은 사실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선거 앞두고 부정부패 중심으로 몰려”

앞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A씨 역시 당시 조사가 다급하게 진행됐다고 증언했다. A씨는 “어떤 이유로 울산경찰청으로 나오라고 하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보자였던 A씨의 의지가 아닌 울산경찰 차원의 조사였다는 취지다.

여러 논란 속에서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윤모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전보조치하고 정모씨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정씨는 당시 후임 지수대장으로 거론된 적이 없던 인물”이라며 “당시 정씨는 울산경찰청 전입 제한이 된 상태였지만 황 전 청장이 그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청장 측은 이에 대해 “윤모 대장 인사조치는 부실수사 때문이었다”며 “정씨 임명 역시 그가 수사를 똑바로 할 수 있는 강직한 인물이라는 참모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울산경찰은 수사팀을 개편해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이어가 지방선거 3개월을 남겨 둔 지난 2018년 3월 울산시청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김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울산경찰발로 측근비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부정부패 중심’으로 인식돼 여론조사에서 큰 폭의 역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청장 변호인은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를 한 것일 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개입 수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씨 증언은 황 전 청장 측이 울산경찰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강행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당시 울산경찰의 수사의 적절성이 선거개입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