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녹여 스펀지 형태 지지체로···유연 열전소자 성능 20% 높여

강민구 기자I 2021.03.03 12:00:00

KIST 연구진, 웨어러블 기기 활용 원천기술 개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스마트 밴드 등 각종 웨어러블 전자기기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정기적으로 기기를 충전해야 해 불편함을 겪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소할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진상 전북분원장 연구팀이 체온을 이용해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 유연 열전소자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개발한 소자는 유연한 실리콘 화합물 소재를 스펀지 형태로 만들어 열을 차단하고, 이를 뼈대로 활용해 소자 성능을 높였다.

김진상 분원장(왼쪽), 정성진 박사(가운데), 신준철 박사(오른쪽).(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열전소자는 소자 양끝단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전자소자이다. 자동차의 엔진 열이나 발전소의 폐열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기로 활용된다. 또는 전기를 공급하면 소자의 한쪽이 냉각되고 다른 한쪽은 열이 발생하는 점을 이용해 소형 냉장고, 자동차 냉방 시트, 반도체 장치 등 온도제어 시스템에서도 사용한다.

일반적인 열전소자는 딱딱한 세라믹 기판이 열전반도체를 지지하고 있어 굴곡이 있는 곳에 활용하기 어렵다. 유연 열전소자는 세라믹 기판 없이 유연한 고분자 소재가 열전반도체를 감싸기 때문에 쉽게 구부릴 수 있다. 이를 인체에 부착하면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휴대용 에어컨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인체 부착 전자기기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유연한 기판인 고분자 소재는 열전도도가 높아 소재 양단의 열을 차단하지 못해 단단한 기판의 열전소자만큼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각설탕 위에 실리콘 화합물 액체를 부어 굳힌 후, 물에 설탕을 녹여 없애 스펀지 형태의 고분자 소재를 만들었다. 원래 설탕이 있던 자리는 미세한 공기 방울로 변해 열 차단 능력이 기존 소재 대비 50% 이상 높아져 열전달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이 기판은 열전소자를 지지하는 뼈대로도 활용해 유연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연 열전소자는 기존 유연 열전소자 대비 20% 이상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 유연 소자를 활용해 체온으로 LED도 점등했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은 “각설탕에 용액을 부어 굳히기만 하면 되는 값싸고 간단한 공정을 통해 유연 열전소자의 효율을 상용 열전소자 수준으로 높였다”며 “충분한 양의 열전소자를 활용하면 체온만으로 스마트 밴드 구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에너지(Nano Energy)’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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