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공개되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비난했고, 재계는 과도한 비정규직 고용 규제로 사용자들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29일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안의 경우 ‘일은 더 많이, 임금은 낮게, 해고도 더 쉽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조 개악이 핵심”이라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이제까지는 해고 조건이 되지 않았던 저성과를 통상해고의 요건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개인에 대한 성과 판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이렇게 되면 정리해고든 통상해고든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은 결국 무력화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정부 대책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조합원 51.6%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15%, ‘낮은 편이다’는 12.2%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높았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0%가량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이유는 ‘기간제 근로기간 확대 방안은 기업의 정규직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응답이 53%나 됐다. ‘근본적인 고용 안정성 보장 방안이 아니다’는 의견이 34%로 뒤를 이었다. 현장 근로자들도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게 한국노총 측 설명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만약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관련된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가 안된 내용을 미리 짜인 일정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노사정위 참여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사정 대타협 파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는 추가적인 비정규직 규제가 기업의 부담 증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비정규직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경총은 “노사 당사자 간 의사 합치가 있을 경우 추가 갱신이 인정돼야 하며, 그 기간도 당사자들이 정하도록 추진돼야 한다”며 “근로자 신청 시 사용자가 거부할 수 없다는 의무조항으로 도입돼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파견 제한 합리화에 대해선 “기업의 실수요와 관계없는 업무를 중심으로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것은 ‘생색내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며 “제조 업무 등 기업의 현실적인 상황 및 수요를 감안한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 대책안이 제목부터 ‘보호’가 빠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고 총평했다. 심 의원은 “2년짜리 계약을 견뎌내었던 것은 정규직 전환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기간을 2년 더 늘릴 경우 4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 8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정된 직장으로 진입하지 못할 경우 35세 이상 노동자의 “미혼 빈곤”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