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준비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답변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단 금감원에 시장조성자의 무차입 공매도가 시장조성 목적에 맞는 것인지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금감원에 시장조성자 공매도 관련 특이사항이 있는지 조사토록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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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소와 증권사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해 지속해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현재 시장조성자에 총 8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조성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005940), 교보증권(030610), 미래에셋증권(006800), 신영증권(001720), 하이투자증권, IMC, 메리츠증권(008560) 등 7곳이다. 코스닥 시장조성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DB금융투자(016610),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IMC, 메리츠증권 등 7곳이다.
관련해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까지 금지하는 ‘예외적 허용 없는 공매도 전면금지’를 요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직전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이었던 2020년에 시장조성자의 대규모 공매도 물량이 나와 시장을 교란시켰다고 주장했다. 시장조성자들이 제도 취지를 어기고 에코프로비엠(247540) 등 거래가 많은 종목까지 공매도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 참고자료에서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의 예외 공매도가 불허될 경우 시장조성, 유동성공급호가 제출이 어려워 해당 종목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가 어려워진다”며 “예컨대 ETF 유동성공급자의 매수호가 공급이 줄어들면, 투자자의 매도 기회가 제한되고 기초자산과 가격 차이가 커지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주현 위원장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당장 금지하지 않고 금감원을 통해 불법 공매도 여부 조사부터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BNP파리바·HSBC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뒤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를 제외한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 시장조성자 등의 불법 혐의가 적발되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도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로 (주식)가격 변동성이 더 커진 것 아닌지’ 묻는 서면 질문에 “국내외 시장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이라며 “가격은 여러 요인에 의해 움직이며 공매도 금지는 하나의 요인일 뿐임”이라고 서면으로 답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금지가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가 고위당정회의 요청으로 된 (총선용) 정치적 행위가 아닌지’ 묻는 서면 질문에는 “지난 일요일 오후 4시에 비공개 당정협의 있었고 여당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문제제기 및 투자자 우려가 제기됐다”며 “향후 (공매도) 문제가 없도록 제도개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