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앞서 젬백스는 지난 1월 식약처에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306명을 대상으로 한 GV1001 임상3상 IND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임상 환자 숫자 부족을 이유로 IND 신청을 반려했다. 젬백스는 지난달 임상3상 환자 숫자를 936명으로 늘린 뒤 IND 재신청을 했다.
◇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인지기능 유지력 ‘탁월’
GV1001 잡음과 별개로 임상2상을 수행한 한양대 고성호 교수연구팀은 GV1001 성공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96명의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국내 12개 병원에서 실시한 GV1001 임상2상 결과가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GV1001을 24주간 14회 투약한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같은 기간 도네페질을 복용한 환자보다 ‘중증장애점수’(SIB, Severe Impairment Batter)가 7.1점 높았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가운데 가장 많이 처방되는 성분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중증 치매 환자가 도네페질을 복용해도 인지기능이 계속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반면 GV1001 투약자들은 인지기능이 변함없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GV1001의 임상 결과는 여타 치매치료제와 비교해도 놀랍다. 대표적인 중증 알츠하이머 치료제 ‘메만틴’도 도네페질과 비교 임상에서 SIB가 3.4점 높았을 뿐이다. 메만틴이 ‘가짜 약’과 비교 임상에서 SIB가 6.1점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GV1001 효능을 가늠할 수 있다. GV1001 2상 임상시험 상세 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3월 저명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 신경세포 면역 강화하고 염증 완화에 ‘중점’
GV1001은 종전 치매 치료제 학설에서 벗어나 신경세포 학설을 수용했다. 알츠하이머는 현재까지 병리조차 밝혀지지 않아 공인된 치료법이 없다. 젬백스 관계자는 “베타아밀로이드·타우 등 이미 생겨버린 병리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근본적인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선 상위단계인 신경세포 면역을 강화하고 염증을 완화해 병리 단백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방향은 베타아밀로이드·타우 제거에서 벗어나 교세포, 뇌막 림프관, 미토콘드리아 등의 가설에 기반해 신경세포 단위에서 다양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측면에서 보면 ‘아두카누맙’은 기존 병리 단백질 제거를 목표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마지막 주자인 셈이다.
GV1001 투여 시 뇌 속 면역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와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성상세포’의 숫자와 활성도가 동시에 증가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생존력과 증식력이 향상되고, 신경세포 항산화에 의한 세포 사멸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젬백스는 GV1001이 저분자인 ‘펩타이드’로 이뤄져 두개골 속 신경세포로 침투 능력인 ‘혈내장벽(BBB) 투과력’이 우수한 것도 치료제 효능을 높이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GV1001 가치 2조~6조...“미국에 국한된 평가”
KB증권은 지난 2019년 말 GV1001 파이프라인 가치를 최대 6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했던 이태영 연구원은 “GV1001 파이프라인 가치는 가장 보수적인 약가 1만4600달러, 점유율 22.5%를 가정해도 2조1505억원”이라며 “아두카누맙 약가 2만8000만달러와 최대 점유율 36.9%를 가정하면 6조8692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이 가치 역시 미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며 글로벌로 확대하면 더욱 높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는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규모는 연평균 17% 성장해 오는 2024년 126억1200만달러(14조45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데이터는 미국 중증 치매 환자는 지난 2019년 기준 211만 명으로 집계했다.
젬백스는 지난 2019년 5월 미국 FDA로부터 GV1001의 임상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젬백스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미국 임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면서 “약 500억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국내 임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미국 임상도 몇 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필터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입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