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청장 "드루킹 수사은폐 아냐…시간 갖고 기다려달라"

김성훈 기자I 2018.04.23 12:32:28

경찰 수장으로 수사 전달에 부실한 점 인정
은폐·늑장대응 우려에 "은폐 이유 없어"
수사인력 확충…디도스 사건때 수준 증원
"드루킹 일당 회계책임 파로스 피의자 전환"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달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외부일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찰이 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 김동원(48·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수사 은폐’ ‘늑장 수사’라는 지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루킹 수사와 관련해) 서울청에서 일부 미숙한 점에 대해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경찰 수사 과정을 전달하는 부분이 부실했다는 점은 청장으로서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청장은 일각에서 수사를 은폐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사실을 검찰에서 밝혀지면 우리 스스로 상처를 입는 부분을 잘 아는데 왜 은폐 했겠느냐”며 “수사 속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시면 경찰에서 수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전날 김씨가 일하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건물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변 차량 2대의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경찰은 또 출판사 사무실에서 이동식저장장치(USB)도 1개 추가로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증거자료 확보와 출입자 확인,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지난달 21일 첫 압수수색 이후 김씨가 운영한 네이버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해당 사무실에 지속해서 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사건 수사팀에 변호사를 포함한 전문가 6명을 충원했다. 지난 17일 기존 13명에서 30명으로 수사팀을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인력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경찰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해온 김동욱 총경과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찰관 3명을 ‘법률지원팀’으로 차출했다. 사이버 사건 수사진용에 경찰관 36명을 투입한 것은 이례적인 규모라는 게 경찰 안팎의 평가다.

이 청장은 “디도스 사건 때 수사 인력이 4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루킹 수사 인력은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며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을 배정해 전문성 논란이나 미숙한 대응에 오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드루킹 사건이 정치권이 개입한 조직적 정치공작 인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청장은 “드루킹 일당 회계책임자인 ‘파로스’ 김모(49)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다 보니 (수사)필요가 있어서 피의자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측에서 김 의원 보좌관에게 건넨 500만원이 ‘파로스’ 계좌에서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인 안 됐다”고 전했다.

파로스 김모(49)씨는 드루킹 김씨와 느릅나무 출판사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인물로 경공모에서 자금 관리를 총괄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의원 측 한모 보좌관이 3월 김씨로부터 이 돈과 관련해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같은 달 25일 김씨 구속 이후 한 보좌관이 500만원을 김씨 측에 돌려줬다는 김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보좌관을 소환해 어떤 이유에서 돈을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과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 모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가 22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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