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브랜드에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품 판매 역시 경차인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제외하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철수설을 비롯해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니 새롭게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을까? 11월 1일,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예고했던 올 뉴 크루즈의 디젤 사양이자 출력과 효율성 그리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강조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을 출시하고 오는 6일부터 본격적인 사전 계약에 나서기로 했다.
위스퍼 디젤을 더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은 과연 한국지엠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출발해 양주의 범산골 캠핑장을 왕복하는 시승 코스는 자유로와 지방도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총 길이는 약 90km이며 두 명의 기자가 한 대의 올 뉴 크루즈를 함께 타는 것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코스가 마련되어 올 뉴 크루즈 특유의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과 또 디젤 파워트레인에서 드러나는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주행 코스였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인스트럭터의 안전 및 시승 주의 사항 등을 듣고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했다.
일전 한국지엠 및 GM의 디자인 담당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기조’에 대한 소개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임원은 “쉐보레의 새로운 차량들은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로 적극적인 감성’을 가진 디자인”이라고 표현했고, 그 예시로 바로 올 뉴 크루즈를 지목했던 적이 있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있다. 어떤 명확한 표현은 어렵겠지만 밝고, 젊으면서도 역동적이고, 그러면서도 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올 뉴 크루즈의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한 특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디젤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건 후면의 디젤 엔진을 알리는 배지의 추가라 할 수 있다. 푸른색에 흰 글씨로 TD라고 새겨진 이 배지로 가솔린 사양과 디젤 사량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TD는 ‘터보 디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 올 뉴 크루즈의 실내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에 당황했다. 물론 커진 차체만큼이나 여유로운 개방감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여유로운 감성이 돋보이는 대시보드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와 쉐보레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가 더해져 기능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쉐보레 그리고 올 뉴 크루즈의 새로운 인테리어가 무척 익숙해졌다. 세련미를 더하면서 쥐는 맛이 더 좋아진 스티어링 휠은 소프트 타입의 버튼을 적용해 사용감을 개선한 스티어링 휠과 마치 말리부의 것과 비슷하게 구성된 계기판 역시 시인성이나 구성 등에서 거부감이 사라졌다.
올 뉴 말리부가 그랬던 것처럼 올 뉴 크루즈 역시 2열 공간이 넓어졌다. 물론 차량의 체급이 있어 키가 큰 탑승자의 경우 헤드 룸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평균 체형의 탑승자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기존의 크루즈 및 경쟁 준중형 경쟁 모델 대비 만족감이 높다. 다만 2열 에어 밴트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보닛 아래에는 1.6L CDTi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뛰어난 정숙성으로 유럽에서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트랙스 디젤을 통해 그 우수성을 과시했다.
배기량 대비 우수한 수준인 최고 출력 134마력을 내며 32.6kg.m의 토크를 내는 이 1.6L CDTi 엔진은 Gen 3 6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을 맞췄으며 스톱 앤 스타트 기능 등이 더해지며 공인 연비 16.0km/L(복합 : 16/17인치 휠 기준)의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한다.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올 뉴 크루즈의 도어를 열고 싶에 몸을 맡겼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한 후 스티어링 휠과 아웃 사이드 미러 등을 조절하여 최적의 포지션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포지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쉐보레의 큰 강점 중 하나로 느껴졌다.
그리고 올 뉴 크루즈 디젤은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가만히 집중을 하면 디젤 특유의 진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무척 정숙하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정숙성을 갖췄다.
한 번 속도를 내기 시작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은 부침 없이 가속을 이어갔다. 시승 코스에서 마주한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마주한 추월 가속 상황에서도 아주 강력한 펀치는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만족할 수 있는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통해 손쉬운 추월을 뒷받침했다.
기자 역시 올 뉴 크루즈 대비 다소 무거워질 전륜을 생각했으나 막상 조향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는 올 뉴 크루즈 디젤을 보며 차량의 조율이 상당히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와 함께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도 기존의 올 뉴 크루즈와 흐름을 함께 한다.
끝으로 효율성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사실 올 뉴 크루즈 1.4T 모델은 가솔린 터보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했던 차량이다. 이런 기반에 실 연비 부분에서 경쟁 소형 SUV를 긴장 시켰던 더 뉴 트랙스 디젤과 같은 위스퍼 디젤 파워트레인 셋업이 더해졌으니 실 연비 부분에서 상당히 큰 매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승에서는 이러한 매력을 확인해볼 생각이다.
올 뉴 크루즈라는 좋은 그릇에 위스퍼 디젤로 대표되는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을 얹었으니 올 뉴 크루즈 디젤은 당연히 좋은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꼭 좋은 차량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초대 크루즈 대비 가격 상승 요인이 많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약했던 올 뉴 크루즈인 만큼 결국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경쟁력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잣대는 바로 가격이 될 것이다.
시승 행사가 모두 끝나고, 사전 계약이 실시되는 6일. 과연 올 뉴 크루즈 디젤과 한국지엠은 어떤 표정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