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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최초 시승 쉐보레 크루즈 디젤 - 차는 좋다, 가격이 관건

박낙호 기자I 2017.11.01 12:32:07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지엠을 두고 부정적인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브랜드에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품 판매 역시 경차인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제외하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철수설을 비롯해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니 새롭게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을까? 11월 1일,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예고했던 올 뉴 크루즈의 디젤 사양이자 출력과 효율성 그리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강조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을 출시하고 오는 6일부터 본격적인 사전 계약에 나서기로 했다.

위스퍼 디젤을 더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은 과연 한국지엠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자유로와 지방도로를 달릴 수 있게 마련된 시승 코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출발해 양주의 범산골 캠핑장을 왕복하는 시승 코스는 자유로와 지방도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총 길이는 약 90km이며 두 명의 기자가 한 대의 올 뉴 크루즈를 함께 타는 것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코스가 마련되어 올 뉴 크루즈 특유의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과 또 디젤 파워트레인에서 드러나는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주행 코스였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인스트럭터의 안전 및 시승 주의 사항 등을 듣고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했다.

활기차고 적극적인 올 뉴 크루즈

일전 한국지엠 및 GM의 디자인 담당 임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기조’에 대한 소개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임원은 “쉐보레의 새로운 차량들은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로 적극적인 감성’을 가진 디자인”이라고 표현했고, 그 예시로 바로 올 뉴 크루즈를 지목했던 적이 있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있다. 어떤 명확한 표현은 어렵겠지만 밝고, 젊으면서도 역동적이고, 그러면서도 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올 뉴 크루즈의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 뉴 크루즈 디젤은 신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 모델로서 기본적인 디자인은 올 뉴 크루즈와 다름이 없다. 4,665mm X 1,805mm X 1,465mm(전장X전폭X전고)의 체격이나 2,700mm의 휠 베이스 역시 가솔린 사양과 같다. 참고로 휠 역시 16인치부터 18인치까지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한 특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디젤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건 후면의 디젤 엔진을 알리는 배지의 추가라 할 수 있다. 푸른색에 흰 글씨로 TD라고 새겨진 이 배지로 가솔린 사양과 디젤 사량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TD는 ‘터보 디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익숙한 새로운 듀얼 콕핏 인테리어

솔직히 말해 올 뉴 크루즈의 실내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에 당황했다. 물론 커진 차체만큼이나 여유로운 개방감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여유로운 감성이 돋보이는 대시보드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와 쉐보레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가 더해져 기능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쉐보레 그리고 올 뉴 크루즈의 새로운 인테리어가 무척 익숙해졌다. 세련미를 더하면서 쥐는 맛이 더 좋아진 스티어링 휠은 소프트 타입의 버튼을 적용해 사용감을 개선한 스티어링 휠과 마치 말리부의 것과 비슷하게 구성된 계기판 역시 시인성이나 구성 등에서 거부감이 사라졌다.

공간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크루즈 특유의 낮고 안정적인 시트 포지션과 만족감이 높은 시트의 조합으로 한층 여유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덕분에 운전자는 일반 승용차에서도 이상적인 포지션에 가까운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고, 시트 역시 기본적인 쿠션감이 풍성하고 레그룸과 헤드룸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올 뉴 말리부가 그랬던 것처럼 올 뉴 크루즈 역시 2열 공간이 넓어졌다. 물론 차량의 체급이 있어 키가 큰 탑승자의 경우 헤드 룸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평균 체형의 탑승자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기존의 크루즈 및 경쟁 준중형 경쟁 모델 대비 만족감이 높다. 다만 2열 에어 밴트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세련된 실루엣과 2열 공간의 확보 등의 요인이 있었음에도 쉐보레 올 뉴 크루즈는 기존의 크루즈 대비 약 20L가 늘어난 469L의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다. 여기에 2열 시트는 60:40 비율로 폴딩이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더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참고로, 올 뉴 크루즈의 배터리는 트렁크 안쪽 하단에 배치했다.

변화의 핵심, ‘위스퍼 디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보닛 아래에는 1.6L CDTi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뛰어난 정숙성으로 유럽에서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트랙스 디젤을 통해 그 우수성을 과시했다.

배기량 대비 우수한 수준인 최고 출력 134마력을 내며 32.6kg.m의 토크를 내는 이 1.6L CDTi 엔진은 Gen 3 6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을 맞췄으며 스톱 앤 스타트 기능 등이 더해지며 공인 연비 16.0km/L(복합 : 16/17인치 휠 기준)의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한다.

경쾌하게 즐기는 디젤 세단의 드라이빙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올 뉴 크루즈의 도어를 열고 싶에 몸을 맡겼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한 후 스티어링 휠과 아웃 사이드 미러 등을 조절하여 최적의 포지션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포지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쉐보레의 큰 강점 중 하나로 느껴졌다.

이윽고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시동과 함께 가장 먼저 시트에 앉아 확인한 것은 정숙성이다. 올 뉴 크루즈는 기존의 초대 크루즈 대비 한층 개선된 정숙성을 자랑한 차량이고, 또 위스퍼 디젤 특유의 정숙성도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둘의 조화는 과연 어떤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뉴 크루즈 디젤은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가만히 집중을 하면 디젤 특유의 진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무척 정숙하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정숙성을 갖췄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반 템포 정도는 여유로운 편이지만 승용차로서는 나쁘지 않은 피스펀스로 이어지며 발진이 시작된다. 발진 이후 올 뉴 크루즈 디젤은 산뜻하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가속을 시작했다. 사실 과거의 크루즈 디젤은 체급 대비 큰 2.0L 디젤 엔진을 장착했던 만큼 두터운 토크로 이끄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올 뉴 크루즈 디젤은 완전히 다른, ‘올 뉴 크루즈’의 감각을 그대로 살린 셈이다.

한 번 속도를 내기 시작한 올 뉴 크루즈 디젤은 부침 없이 가속을 이어갔다. 시승 코스에서 마주한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마주한 추월 가속 상황에서도 아주 강력한 펀치는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만족할 수 있는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통해 손쉬운 추월을 뒷받침했다.

변속기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 이미 트랙스 디젤을 통해 Gen 3 6단 자동 변속기와 1.6L CDTi의 조합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의 올 뉴 크루즈 디젤 역시 이러한 완성도 높은 조합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도 빠른 편이었고, 또 수동 변속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여 ‘달리는 즐거움’에도 좋은 매력을 과시했다.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말 그대로 경쾌하다. 사실 디젤 세단의 경우 동급 가솔린 세단 대비 무게 배분에 있어서 다소 불리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차량의 움직임이 다소 둔하거나 전륜에 무게감이 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뉴 크루즈가 그랬던 것처럼 올 뉴 크루즈 디젤 역시 한층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기자 역시 올 뉴 크루즈 대비 다소 무거워질 전륜을 생각했으나 막상 조향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는 올 뉴 크루즈 디젤을 보며 차량의 조율이 상당히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와 함께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도 기존의 올 뉴 크루즈와 흐름을 함께 한다.

초대 크루즈가 마치 ‘승용차를 빙자한 탱크’에 가까웠다면 체중을 줄이고 새로운 설계, 새로운 하체 셋업을 갖춘 올 뉴 크루즈는 한층 세련되고 경쾌한 감성을 제시했었다. 그리고 이번 올 뉴 크루즈 디젤 역시 이러한 맥락을 그대로 이어간다. 덕분에 노면에 대한 능숙한 대응이 돋보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나 탑승자에게 불필요한 충격을 전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인다.

끝으로 효율성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사실 올 뉴 크루즈 1.4T 모델은 가솔린 터보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했던 차량이다. 이런 기반에 실 연비 부분에서 경쟁 소형 SUV를 긴장 시켰던 더 뉴 트랙스 디젤과 같은 위스퍼 디젤 파워트레인 셋업이 더해졌으니 실 연비 부분에서 상당히 큰 매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승에서는 이러한 매력을 확인해볼 생각이다.

컴팩트 디젤 세단의 이상향을 그린 올 뉴 크루즈 디젤

올 뉴 크루즈라는 좋은 그릇에 위스퍼 디젤로 대표되는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을 얹었으니 올 뉴 크루즈 디젤은 당연히 좋은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꼭 좋은 차량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초대 크루즈 대비 가격 상승 요인이 많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약했던 올 뉴 크루즈인 만큼 결국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경쟁력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잣대는 바로 가격이 될 것이다.

시승 행사가 모두 끝나고, 사전 계약이 실시되는 6일. 과연 올 뉴 크루즈 디젤과 한국지엠은 어떤 표정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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