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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주 동안 전국 주요 항구에 세관 검사팀을 투입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반입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전용 AI 프로세서 H20, RTX 프로 6000D 등 미국산 칩에 대한 당국의 주문 중단 지침에 따라 시작됐다.
당초 중국 세관은 적법한 관세를 납부하면 AI 칩 수입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인터넷정책판공실(CAC),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국 규제기관들은 지난 8월 돌연 자국 IT 기업들에 H20 등 ‘모든 엔비디아 제품 주문 및 테스트 중단’ 지침을 통보했다. 비공식 권고였으나 사실상 신규 주문을 금지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7월 중순 CNBC 인터뷰에서 “최상급도, 차상급도, 심지어 세 번째로 좋은 것도 중국엔 팔지 않는다. (중국 개발자들을) 미국 기술에 중독시키는 게 전략”이라고 밝힌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해당 발언이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내부적으로 반도체 자립 의지가 대폭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세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기엔 엔비디아 칩만이 검열 대상이었으나 지난달 중순부터는 모든 고급형 반도체로 단속 범위가 확대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과거에 첨단 칩을 수입했을 때 허위 신고를 했는지 여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실례로 미국계 쿼런츠 트레이딩 기업인 타워리서치는 하드웨어 밀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강경 조치는 중국 기업들에 자국산 칩 사용을 강제해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향후 미국이 문제삼을 것에 대비해 미 정부 수출 통제에 저촉되는 불법 밀수까지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FT는 올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상위 AI칩이 제3국을 경유해 중국에서 불법 유통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미 정부가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하자마자, 자국산 AI칩 성능이 이미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모델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시장 대체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내년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을 비롯해 국산 AI 칩 개발 및 생산능력 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다만 성능이나 소프트웨어 생태계,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엔비디아나 미국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진단이다.
FT는 “엔비디아는 H20 수출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4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번 단속 강화로 중국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