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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첫 출시한 지난 8월 총 143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 EV3는 올해 8월 총 4002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975대 판매에 이어 판매 대수가 두 배 넘게 뛰었다.
합리적 가격과 성능·편의사양에 힘입어 판매량 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2990만원부터 구매 가능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크기를 키우면서 주행 가능 거리를 늘려, 최대 315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 공간을 넓히고, 다양한 편의사양을 탑재하는 등 상품성도 크게 개선했다.
기아 EV3 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기준 3995만~4415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가격이 3000만원대로 낮아진다. 그러면서도 주행 거리는 트림에 따라 최대 350~501㎞에 달하며,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해 ‘아이 페달(i-Pedal) 3.0’ 등 첨단 회생제동 기능까지 추가했다.
양 사가 내놓은 전기차 신차 가격이 기존 대비 파격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기존 현대차 아이오닉 5 등 중형 전기 승용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경우 4000만원 중반에서 5000만원 초반 수준에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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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EV와 EV3의 약진 덕에 현대차·기아는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의 올해 8월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3329대로 전년 동월(1816대) 대비 83.3%, 전월(2547대) 대비 30.7% 각각 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3409대로 지난해 같은 달(2105대) 대비 61.9%, 직전 달(2680대) 대비 27.2% 성장했다.
같은 달 기아는 전년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난 5720대의 전기 승용차를 팔았다. EV3뿐만 아니라 연초 출시한 레이 EV까지 라인업을 늘리면서 판매량이 뛰었다. EV3 출시 첫 달인 7월과 비교해도 27.2% 늘어나며 반등 흐름이 나타났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제는 전기차 상품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고객층이 남은 상황에서 가격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저가형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수요에 대한)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대중화 전략을 이어가며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춰 신차 고객들이 전기차도 선택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등 대표 전기차를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일부 사양을 걷어낸 ‘실속형’ 신규 트림을 출시했다. 그러면서도 배터리는 기본 모델과 같은 것을 장착해 아이오닉 5 368km, 아이오닉 6 367km 등 긴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다만 신차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우려도 상존하는 만큼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상품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대중화 모델을 비롯한 전기차를 더 많이 선보이며 대중화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캐즘 이후에는 전기차가 주력 모델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며 4년 내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모델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뛰어난 전기차 완성도를 갖고 있으므로 앞으로 중저가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화 모델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판매 증가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