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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화웨이 스마트폰에 미국산 부품 비중 40%로 확대

방성훈 기자I 2022.04.21 16:05:00

작년 12월 발매 'X30' 분해해보니…미 부품 원가 39%
2020년 봄 '30S' 10%대비 급증…중국산은 37→10%
한국 비중 급감…삼성 메모리→마이크론 제품 대체
일본, 소니 카메라·무라타 통신부품 등 16%로 2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분해한 결과, 미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아너의 보급형 5G 스마트폰 ‘X30’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모바일 분석·조사업체 포멀하우트 테크노솔루션즈와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가 작년 12월 판매한 보급형 5G 스마트폰 ‘X30’을 분해하고, 각 부품의 추정 원가를 토대로 국가·지역별 점유율을 산출해 21일 공개했다. 아너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2020년 11월 분사한 스마트폰 브랜드다.

X30의 전체 부품 가격은 총 217달러(약 27만원)로 미국산 부품 가격이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화웨이가 2020년 봄에 출시한 ‘30S’ 모델의 10%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특히 메인 반도체와 5G 통신 반도체, 전원제어용 반도체 등 핵심 부품들이 중국제에서 미국제로 바뀌었다. 30S에선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이 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했으나, X30에서는 미국 퀄컴제로 대체됐다.

중국산 부품 비중은 37%(30S)에서 10%(X30)로 급감했다. 중국산 부품은 신호 증폭기 등과 같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곳에 주로 사용됐다. 원가가 높은 주요 부품 중 중국산은 디스플레이가 유일했다. 추정 가격은 14달러로 전체 부품가격 217달러의 6.5%에 불과하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 부품 점유율이 약 16%로 높았다. 소니그룹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 무라타 제작소, 다이오유덴(太陽誘電), TDK 등이 통신용 부품에서 점유율을 늘렸다.

한국산 부품은 30S에선 9.9%를 차지했으나, X30에선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메모리가 삼성전자에서 미국 마이크론 제품으로 대체된 탓이다.

닛케이는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이 반도체 등 부품 조달의 내수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고성능 스마트폰의 경우 필요한 부품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2020년 9월에는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경우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후 화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와 반도체 거래가 어려워졌다. 기타 미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 및 핵심 부품 조달도 제한됐다. 결국 화웨이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아너를 분사했다. 아너는 주로 중국 내수용 스마트폰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닛케이는 핵심 부품 비중을 감안하면 “아너가 성장할수록 중국 스마트폰 산업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아너 외에도 샤오미, 오포 등 많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샤오미가 2021년 발매한 접이식 스마트폰 ‘샤오미 미믹스폴드’(MiMixFold)는 원가 기준 미 부품 비중이 26%로 집계됐다. 오포의 ‘레노6프로 플러스’(Reno6Pro+)에선 미 부품이 31%를 차지했다.

한편 아너는 최신 모델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적용했다. 화웨이는 미 제재 이후 자체 OS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글의 세계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만큼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닛케이는 “앞으로도 반도체와 OS는 중국의 스마트폰 산업 내수화 전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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