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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복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유폐생활’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이 제대로 비켜간 셈이다. 이를 두고 당장 사실상의 ‘불복 메시지’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간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관련,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며 한결같이 부인해온 만큼 헌재의 파면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겼다는 얘기다.
일단 향후 피해 가기 어려운 검찰과의 일합(一合)을 넘어 형사재판 과정까지 두루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의 탄핵사유와 검찰의 혐의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자칫 ‘승복’ 뉘앙스의 메시지를 낼 경우 검찰 수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실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지난해 무산됐던 청와대 압수수색도 저울질 중이다. 더 나아가 ‘승복’ 자체가 자신의 지지층을 송두리째 허물 수 있다는 우려도 녹아든 것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제게 주어진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인 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히려 ‘분열’과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범(凡)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론통합은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승복’ 선언에서 시작될 수 있는데, 이번 발언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은 즉각 “박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탄핵 불복이라면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고 반발했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을 향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이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와 지난해 무산됐던 청와대 압수수색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더 주목됐다. 정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며 벼랑 끝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넘어 조기대선까지 내다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배경이다. 범(凡)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기존 법률대리인단과 강력한 법적투쟁을 통해 명예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며 “여러 형태로 검찰과 야권을 겨냥하고자 지지층을 향한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