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 간판 전자기업이 대만 훙하이 정밀공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마지막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이 22일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여러 차례 샤프를 인수할 의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에서 일본 대형 금융기관 대표들을 만나 “샤프를 지원하고 싶은데 일본 정부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우리를 경계하고 있다”며 “삼성의 진의를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일본 금융기관의 한 대표는 이 부회장이 샤프인수에 진정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샤프에 104억엔을 출자할 때도 샤프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삼성은 당시 출자를 하는 조건으로 샤프의 복사기 사업을 인수하려 했으나 경제산업성과 일본 복사기 업계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했다. 이후 삼성은 샤프로부터 액정 패널을 조달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제휴관계를 맺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또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이 샤프에 사카이 공장 경영권 취득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 했다고도 보도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당사는 사카이(堺) 공장의 경영권 취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며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자산실사에 나서고 싶다”며 인수를 제의했다.
사카이 공장은 샤프와 대만 훙하이가 2012년부터 공동경영하는 TV용 액정패널 공장이다. 샤프와 홍하이는 이 공장을 운영하는 사카이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 주식의 38%씩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샤프가 소유한 몫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것.
2014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샤프는 오사카에 있는 본사 건물과 해외 주력공장 등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아 현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제 장부가격으로 700억엔에 달하는 SPD 지분 외엔 팔 만한 부동산이나 주식이 이미 매각을 완료했다.
샤프의 한 간부는 “삼성이 사카이 공장에 출자하고 싶다는 제안은 2013년부터 여러 차례 있었으며 최근에는 작년 여름에도 제의가 왔었다”면서 “우리야 비싸게 사주기만 하면 팔고 싶지만 훙하이와 공동으로 경영하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사카이에서 생산한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샤프에서 산 후, 삼성전자의 TV에 조달하고 있다. 삼성의 입장에서 사카이는 고품질의 대형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공장이라는 평이다. 또 10세대 공장을 자체 신설하려면 수조원이 들지만 SDP 주식은 장부가의 2배를 주고 사더라도 1000억엔(1조원) 수준이라 훨씬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샤프도 삼성의 지원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샤프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홍하이가 의기양양하게 공동운영으로 실적이 좋아진 ‘사카이 모델’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궈타이밍(郭臺銘) 홍하이 회장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하이는 아이폰 위탁생산으로 매출액을 15조 엔까지 늘려왔다. 그러나 애플의 중국 판매량이 감소하며 올 1분기에 최신형 아이폰인 6S 및 6S 플러스 생산을 계획보다 30%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 홍하이로서는 삼성과의 관계를 강화해 애플 외에도 매출 기반을 삼고 싶어할 것이라는 평가다.
홍하이 그룹의 일본인 간부는 “궈타이밍 회장이 샤프 인수 후 최종적으로는 SDP 주식 일부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삼성과의 관계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샤프 간부들이 대만에 방문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훙하이가 제시한 인수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샤프 간부들은 일본에 돌아와 사외 이사들에게 훙하이의 안과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지원방안을 비교하며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이사회는 24일 정기 이사회에서 훙하이의 인수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견이 모이지 않을 경우, 훙하이와 협상 시한이 29일인 만큼, 25일부터 29일 사이 임시이사회를 열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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