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 IPTV, 위성방송사를 불러 의견 청취를 했지만, 별다른 대안책 제시없이 방송이 중단되는 ‘블랙아웃’은 피해달라는 수준의 제스처만 보였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케이블방송사는 지난주 KBS SBS MBC 지상파3사에 월드컵 재송신료를 추가로 낼 수 없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지상파 방송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블랙아웃 가능성은 낮아..지난한 소송전 예상
케이블방송사 입장에서 이미 지상파 방송 1개 채널당 재송신료를 지불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월드컵 프로그램에 추가로 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계약서상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이 문제없이 전국민이 볼 수 있도록 양사간 협의를 하겠다는 책임 조항은 있지만, 별도로 재송신료 대가를 다시 산정하겠다는 조항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는 월드컵 중계권료가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유료방송 플랫폼도 어느 정도 대가를 내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월호 애도 분위기속에 지난 4월에 최소 1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정도로 광고 시장이 위축된 상황을 국민적 관심이 쏠린 방송 콘텐츠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달리한 상황이지만 블랙아웃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자칫 방송을 중단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지상파방송사가 케이블방송사에 재송신을 중단할 수 없고 케이블 방송 입장에서는 블랙아웃을 할 경우 IPTV, 위성방송 등 경쟁사로 고객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지상파는 연간 재송신료 재계약이 아직 체결이 안된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053210)에 연간 CPS를 올리는 방식으로, IPTV에는 주문형비디오(VOD)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별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케이블방송사보다 협상이 지지부진 하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방송 중단은 없되 사후 소송이나 정산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매년 재송신 협상때마다 밟는 수순이다. 케이블방송업계 고위 관계자는 “블랙아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결국에는 월드컵 중계가 끝난후 정산 또는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사에 월드컵과 별도 프로그램을 듀얼채널로 보내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합리적 재송신 대가 산정..의무재송신 문제 해결해야
월드컵 뿐만 아니라 매년 재송신할 때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소송전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재송신료 산정 대가에 대한 합리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케이블방송사의 전송료와 지상파의 저작권료에 대한 합리적인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채 지상파의 힘의 논리에 따라 계약이 매년 채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지상파는 가입자 규모가 다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에 추가 재송신료를 똑같이 요구하는 등 주먹구구식 대가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 케이블업계 협상 실무자는 지상파쪽에서 요구 금액에 재송신료 협상과 관계없는 아날로그방송 가입자도 포함됐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재송신료 대가 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변동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라 협상이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특히 월드컵 경기 관련해서는 계약 만료에 따른 재협상도 아닌 터라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송신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근본적으로 의무재송신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관건이라는 주장도 힘이 실린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1과 EBS외에 KBS2까지 의무적으로 재송신하고 공영방송인 MBC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확충하면서 의무재송신 제도를 빨리 확립하는게 관건”이라면서 “이를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매번 블랙아웃 위험이 커지며 결국 시청자의 시청권을 훼손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