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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화폐체계 내 진입하려는 스테이블코인, 아직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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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10.15 1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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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돈과 신뢰의 구조' 보고서…”돈은 기술 아닌 제도적 성취"
스테이블코인, 액면가·탄력성·안전판 세 측면서 한계 뚜렷해
"감독·자본규제 등 수용해야 편입 가능…특권 따른 책임 필요"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화폐체계 내에 편입하려는 시도로 이해하면서도 아직 기존 화폐체계의 ‘위계(hierarchy)’에 편입되지 못하고 바깥에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화폐가 담고 있는 사회적 계약 자체를 거부하는 자산이라며 평가절하했다.

BIS
BIS 통화경제국 소속 이냐키 알다소로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BIS 페이퍼 175호: 돈과 신뢰의 구조(Money and the architecture of trust)’라는 보고서를 통해 “돈은 교환의 매개나 상품,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유지되는 서로 맞물린 약속의 체계이자 제도적 성취”라고 규정하면서 이 같이 평가했다.

보고서는 돈의 본질을 ‘결제(settlement)’에서 찾았다. 돈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수단이고, 신용은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라는 것이다. 이 구분에서 화폐의 위계가 생긴다. 맨 위에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현금이 있고, 그 아래 은행 예금, 또 그 아래 증권이 자리한다. 그러면서 이 위계를 묶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가격으로 은행 예금이 중앙은행 화폐로 1대 1 교환되는 ‘액면가(par)’를 꼽았다. 액면가에는 근사치라는 게 없어 조금이라도 의심 받으면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일단 금과 비트코인의 화폐체계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금의 매력은 누구의 부채도 아니라는 데 있으며, 이는 화폐가 구현하는 사회적 계약에서 빠져나가려는 욕구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금은 화폐적 대안이 아니라 화폐적 항의”라고 표현했다.

비트코인 역시 같은 충동에 기술적 외피를 씌운 것으로 봤다. 특히 가상자산은 탄력성이 필요한 곳에서는 공급이 코드로 고정돼 경직적이고, 절제가 필요한 곳에서는 수많은 코인과 토큰이 사실상 제약 없이 발행된다며 “작동하는 구조의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탈중앙화를 내세웠지만 결국 거래소가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는 등 위계를 안전판 없이 더 조잡한 형태로 재발명했다는 평가다.

BIS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금·비트코인과 달리 기존 체계를 대체하기보다 합류하려는 시도라고 보고서는 봤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액면가다. 은행은 중앙은행 계좌와 최종대부자 지원을 통해 액면가 약속을 뒷받침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중앙은행 결제 영역 밖에 있다. 액면가 상환 약속도 발행사와 직접 상환 권리가 있는 차익거래자에게만 유효하고, 일반 이용자는 유통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둘째는 탄력성이다. 은행은 대출을 하면서 예금을 새로 만들어내지만,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누군가 달러를 맡겨야만 발행된다. 보고서는 이 경우 발행사가 사실상 ‘내로우 뱅크(narrow bank·제한된 은행업을 하는 은행)’에 가깝다고 봤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지급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면 화폐 창출이라는 ‘과도한 특권’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규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안전판이다. 지난 2022년 5월 테라USD 붕괴 당시 최종대부자도, 예금보험도, 정리 체계도 없어 수백억달러 규모의 가치가 며칠 만에 사라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 이뤄진 지원이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일부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보고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체계에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감독과 자본규제, 보고 의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위계에 편입돼야 한다고 했다. 환어음과 금세공업자 은행권, 유로달러, 머니마켓펀드(MMF)도 민간 혁신 이후 위기를 거쳐 공적 승인을 받았던 만큼, 스테이블코인은 이 순환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사회적 승인에는 사회적 유용성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새로운 형태의 돈이 △계정단위로 표시되고 △중앙은행 화폐를 통한 최종결제로 액면가를 보장하며 △공적 권위가 뒷받침하는 탄력적 유동성을 갖추지 못하면 현대 화폐체계가 해결해 온 마찰을 되살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돈은 기술이 아니며, 결국 수단보다 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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