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12일 HMM 매각과 관련해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당초 이번 회의는 매각 관련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로 비밀리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다시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들은 “원래 일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매각지분은 총 3억9900만주로, 양측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를 대상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지난달 말 실시된 본입찰에서 하림·JKL컨소시엄이 약 6조4000억원, 동원그룹이 6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림이 인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하림이 본입찰 당시 잔여 영구채 처리 방안과 관련해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동원은 지난 8일 저녁 산은과 해진공에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는 하림 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 이를 수용할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동원은 “매각 측이 하림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인수 측 HMM 지분율은 57.9%로 유지돼 3년간 매년 2895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매각 측이 영구채 처리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사전 고지했다면 연간 950억원씩, 3년간 2850억원을 인수가에 반영해 가격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발표한 대로 내년에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경우라면 인수 측 지분율은 38.9%로 감소, 연간 배당금이 1945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런 가운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하림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하림은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해외 농식품 부문 수출 2위를 기록하는 나라”라며 “하림의 도계 설비 등이 네덜란드 기업 제품으로 갖춰져 있는 등 해당 국가와 연관이 깊어 네덜란드 업계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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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재부 등이 긴급 차관회의 개최를 열려고 했다가 다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는 HMM 매각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하림이 인수가격을 높게 썼기 때문에 앞서 있긴 하지만 매출 지표뿐 아니라 공익적인 부분을 살릴 수 있는 인수자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해진공이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코 쉬운 건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