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 사장 "예술의전당 재무구조 바꿔 공공성 확보"

장병호 기자I 2019.04.30 13:29:06

취임 1개월 맞아 30일 기자간담회 개최
"오페라·발레·클래식 위한 재원 확보 시급"
26.9% 국고보조율 50% 확대, 민간재원 충원
"예술단체·예술가와 적극적 소통 나설 것"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4층에서 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유인택(64) 예술의전당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예술의전당이 예술의전당다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바꾸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취임 1개월째를 맞아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4층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에 대해 ‘대관장사를 한다’ ‘복덕방이다’라는 지적이 있는데 내부에 와서 보니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며 “예술의전당다운 프로그램을 채우기 위해서는 공공자금 및 민간재원 확보를 통해 기획제작 극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 사장이 밝힌 예술의전당 국고보조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예산 447억원 중 국고보조금은 119억원으로 26.9%에 달했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지난해 총 예산 496억원 중 58.1%인 288억원이 서울시 출연금이었다. 파리오페라극장·시드니오페라하우스 등 해외 유명 극장도 국고보조율이 4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음악당에는 그 이름에 걸맞은 오페라·발레·클래식 공연이 1년 365일 동안 올라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앞으로 국고보조금은 50% 수준으로 늘리고 회원 규모도 10배 이상 확대해 민간단체 및 국립 예술단체와의 협업으로 기획제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유 사장 취임 이후 언론과의 첫 만남으로 향후 예술의전당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유 사장은 대학로 소극장 동양예술극장 대표 출신으로 지난 3월 22일 예술의전당 16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1980년대부터 연극 기획자로 일한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 제작·투자자로 활동하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화려한 휴가’ 등을 제작하고 ‘과속스캔들’ ‘쌍화점’ 등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서울시뮤지컬단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유 사장은 “대학로에서 소위 ‘구멍가게’라 할 소극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예술의전당이라는 덩치가 큰 곳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평생 40년간 서울시뮤지컬단장 활동을 제외하고는 정부 지원금이나 대기업 스폰서를 받지 않고 연극·영화·뮤지컬을 제작해온 만큼 재원 확보에는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재원 확보는 회원 확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인회원으로 가입범위를 넓히는 한편 2022년까지 10만원 회비의 유료회원 1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유 사장은 “벤처기업인과 기관 및 법인 가입을 독려해 향유계층 확대를 위한 재용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40년간 쌓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극장 운영에 있어서는 대중문화보다 기초예술에 중심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사장은 “나는 민중예술 출신이고 연극·뮤지컬·영화 등 대중적인 장르를 주로 기획했지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음악당만큼은 기초예술의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재원 확보 등 재무구조 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예술의 해외 진출에도 힘 쏟는다. 2021년 아시아태평양지역아트센터연합회 연례 컨퍼런스 회의를 유치하고 중국 국가대극원·국가미술관, 일본 신국립극장과이 교류 프로그램을 복원할 예정이다. 유 사장은 “대한민국이 K팝 같은 대중문화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클래식·무용 등에서도 수준 높은 예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예술의전당이 앞장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임기 동안 예술계 현장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내가 자신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기에 예술가·관객·직원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며 “예술의전당이 국가 대표 공공극장으로 권력화해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단체·예술가와의 소통으로 미래의 대한민국 예술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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