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과 3·5 보완대책을 통해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에 한해서만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주택시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지적이 나오자 또다시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과세 정상화 방침이 겉돌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데 있다. 세 부담 방식에 각종 예외를 두면서 세금 낼 사람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세금 낼 사람 35만명→최대 14만명까지 감소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변경되면 과세 대상자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올해 35만여명에게 임대소득세 신고 안내서를 발송했다. 국세청은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인 5월에 임대소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주인에게 신고 안내서를 보낸다. ‘주택 보유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추려진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가 안내 대상이다. 적어도 한 채는 전·월세를 놓아 임대소득이 있을 것이란 추정에 따른 것이다. 이들 35만여명 중 21만명은 3주택 이상 보유자다. 21만명 중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라면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분리과세를 적용받으면 임대수입의 60%를 경비로 인정받고 400만원 기본공제(다른 소득이 없거나 2000만원 이하인 경우)를 받는다. 사실상 연 임대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 21만명 대부분은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가 지난 한 해치 전·월세 확정일 자료 137만여건(전세 83만건·월세 54만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월세 54만건 중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월 167만원)이 넘는 경우는 4857건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하다. 반면 경우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연간 월세소득 1000만원(월 90만원) 안팎인 경우는 51만6236건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연간 월세소득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1만9750건(4.1%)다. 이를 종합하면 전체의 99.1%(53만5806건)가 연 월세소득 2000만원 미만이다. 정부가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을 기준으로 분리과세 여부를 적용할 경우 21만명 중 고가 월세를 받는 일부(4857건)를 제외하면 대부분 세 부담을 덜거나 세금을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뒤집어 얘기하면, 세금을 낼 여력이 가장 큰 사람들이 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 연봉 높은 사람일수록 세금 더 많이 감면받아
다주택자 역시 분리과세를 적용받게 되면 다주택자 중에서도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고액 연봉자다. 종합과세 대상자인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근로소득과 임대소득을 합쳐 각종 공제금을 뺀 금액이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면 24%, 3억원을 넘는 경우엔 최대 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동헌 천지법인 세무사는 “앞으로 다주택자도 연간 임대소득에 따라 분리과세(14%)를 적용받게 되면 연봉이 높은 사람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감면받게 된다”고 말했다.
가령 근로소득이 5000만원인 3주택 보유자가 연간 1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면 지금까지는 6000만원에 대해 24%의 세율이 매겨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대소득 1000만원에 대해 14%의 세율을 매긴다. 근로소득 1억원인 사람이 연 1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린다면 기존 방침으로는 1억1000만원에 대해 35%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앞으로는 1000만원에 대해서만 14%의 세율이 책정된다. 연봉이 높은 사람일수록 세금 감면 폭이 더 큰 셈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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