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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는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실무 전반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가상 모델과 패션 화보 제작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화보를 위해 모델 섭외는 물론 메이크업·사진·스타일 등 각 분야 전문가를 고용해야 했지만 현재는 AI가 이 모든 과정을 효율화하고 있다.
실제로 LF(093050)의 컨템포러리 남성 브랜드 ‘알레그리’는 2023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AI 화보 제작에 나섰다. LF 헤지스의 공식 온라인몰 헤지스닷컴 역시 올해 AI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을 착장한 가상 모델 AI 영상이 대표적이다. LF 관계자는 “AI는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좋은 수단”이라며 “분위기와 배경을 의도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계열사 한섬도 여성 캐주얼 브랜드 ‘오즈세컨(O’2nd)’의 2025 봄·여름(S·S) 캡슐 컬렉션 화보를 AI로 제작했다. 유럽풍의 숙소와 기차 등 배경을 AI로 구현했다. 이외에 SG세계물산이 전개하는 남성복 ‘바쏘’, ‘바쏘옴므’, 남성복 브랜드 에스티유의 STU 등도 AI를 활용한 룩북을 선보였다.
AI 모델 런웨이도 등장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3월 봄·여름 시즌을 맞아 업계 최초로 ‘AI 패션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모델들이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한복판에 가상 런웨이를 걷는 모습과 이를 관람하는 게스트의 모습까지 구현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더엣지, 칼라거펠트, 더베리에 등 다양한 브랜드의 가상 착복 영상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AI 활용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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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강점은 유연성에 있다. 상황에 따라 콘셉을 바꾸고 다양하게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 비용 절감도 강점이다. 보통 패션 업체가 한 시즌 화보 촬영을 하려면 수천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 AI가 이 비용과 시간까지 줄이는 셈이다. 특히 AI 모델은 연예인처럼 사생활 리스크도 없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모델로 기용한 김수현의 미성년자 교제 의혹이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AI는 마케팅 전략 수립과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활용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지난해 코오롱몰을 개편하면서 자체 개발 AI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랜드월드의 SPA(제조·유통 일괄)브랜드 ‘스파오’는 이달 영상처리 AI 스타트업 메이아이와 손잡고 매장에 방문객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적용했다. 고객 동선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운영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다.
AI는 트렌드와 수요 예측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파리의 AI 스타트업 휴리테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수백장의 사진을 스캔해 패션 트렌드를 예측한다. AI가 사진 의상의 색상, 패턴, 소재 등을 분석한다. 게시물 화제성도 판별한다. 이를 통해 미래 트렌드와 수요를 예측한다. 현재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브랜드가 이 AI 트렌드 예측을 활용 중이다.
패션업계의 AI 활용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SNS 발달과 커진 계절 변동성으로 트렌드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른 물류 효율화도 문제다. 업계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AI 재고관리·수요예측 등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AI 패션 시장이 지난해 12억 8000만 달러에서 2028년 49억 5000만 달러로 28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AI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반응하고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AI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