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낮추자”…여야 발의 잇따라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지구당 부활법을 발의한다. 구체적인 관련 근거법은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다.
지구당 부활법은 원외 조직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정치 신인들의 국회 진입을 낮추고, 당원권 강화를 위한 것이 목적이다. 현행법상 각 정당의 당원협의회(지역위원회)는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없다. 또 현수막을 걸 수도 없고, 후원금은 선거기간을 제외하고는 모금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원외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과 정치 신인들은 지역사무실을 두고 최대 연 1억5000만원의 후원을 받는 현역 의원에 비해 정치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현역 프리미엄으로 국회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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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에도 지구당이 각 정당의 지역 조직으로 운영됐지만 불법 정치자금 논란으로 폐지된 만큼 금권선거의 폐단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일명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2004년 폐지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했던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구당이 사라지고 지금의 당협위원회(지역위원회) 체제가 만들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역사무실을 둘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수도권에선 시·구의원 합동사무소라는 편법으로 운영이 되는데다 음성적으로 후원금을 받는 일도 적지 않다”며 “직접 지역 사무실 운영하게 되면 운영비만 한 달에 약 2000만원이 들어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고, 당협(지역)위원장이 지구당을 사조직처럼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韓·李 정치적 이해관계 깔려…“시대흐름 역행” 지적도
한동훈 전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도 지구당 부활에 적극 힘을 실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강성당원과 원외 청년정치인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신인과 청년들이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최근 낙선·당선인들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회계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한 지구당 부활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3040 수도권 낙선자 모임인 첫목회 등 친한(친한동훈)계를 지원 사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며 22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이는 이재명 강성 지지층이 몰린 권리당원의 권한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원외 조직의 지지를 받는 한 전 위원장이나 강성 당원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나선 것은 향후 행보에 대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구당 부활은 당원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온라인 당원 가입이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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