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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EY는 이날 파트너들에게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온 ‘에베레스트 프로젝트’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 EY는 메모에서 “미국 집행위원회가 에베레스트 프로젝트 계획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 회원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프로젝트 작업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EY는 회원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업부문을 분할하기 위해선 회원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에베레스트 프로젝트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카르미네 디 시비오의 역점 사업으로,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회계감사 부문과 컨설팅 부문을 분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분할 후 시비오 CEO가 컨설팅 부문 글로벌 회장을, 미국 법인을 운영하는 줄리 볼랜드가 회계법인 부문 글로벌 회장을 각각 맡을 예정이었다.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처음 대두된 건 영국의 감사·회계 규제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RC)가 2020년 EY를 비롯한 빅4 회계법인에 내년 6월까지 회계감사 사업을 독립 부문으로 분리할 것을 권고하면서다. 이후 2021년 정보기술(IT) 기업 호황으로 IT기업을 상대로 한 컨설팅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EY 내부에서도 회계감사 사업과 컨설팅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컨설팅 부문이 회계감사 고객들에게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등 이해충돌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네트워크 구성원 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 법인에서 경영진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컨설팅 사업이 독립할 경우 회계감사 사업이 기존 품질을 유지할 만큼 재정적으로 건실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영진은 보상 문제와 독립 이후 회계감사 부문 인력 배치 등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Y의 분할 계획이 무산되면서 직원들에게 약속한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도 사라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이벌 회사들이 불만을 품은 EY의 파트너들을 빼돌리려 할 것”이라며 “EY는 올 초 중간 보너스를 중단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