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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강조한 대만총통·美하원의장…中 ‘강력 조치’ 반발(종합2보)

김윤지 기자I 2023.04.06 16:38:12

"美서 이뤄진 양국 최고위급 첫 만남"
매카시 “무기 조달 속도”·차이 “평화 지킬것”
中 “단호히 반대, 강력 조치 취할것” 반발
지난해 같은 긴장 고조 우려, 3국 신중 행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베이징=김윤지 특파원] ‘미국 권력 3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조달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대만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중국은 두 사람의 회동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면서 “강력한 조치”를 시사하는 등 반발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매카시 “대만 무기 제공 속도낼것”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차이 총통과의 회동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속하고 제때 대만에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만과의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회동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사진= AFP)
차이 총통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 의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면서 “우리가 함께일 때 더 강하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이 미국 내에서 미 하원의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한 이후 미국 내에서 이뤄진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었다. 차이 총통은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공화·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0여명이 함께 했다.

◇ 中 외교부 등 일제히 비난 성명 발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을 중국 영토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두 사람의 회동에 반발했다.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중국 외교부, 국방부, 국무원 대만판공실 등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며 양국 관계에서 처음으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중국은 (두 사람의 회동을)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대만 고위 인사들의 미국 경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면서, 중국이 ‘과민 반응하지 말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중국은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행동을 취하기 위해 이번 회동을 명분으로 내세워선 안 된다”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함해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일관되며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도 중국의 대응을 의식한 듯 이번 매카시와의 회동이나 미국에서의 연설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전보다 ‘로키’(low-key·절제된 수준의 저강도) 행보를 보여줬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전문가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 총통은 지난해 여름처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수시로 실사격 훈련을 시행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中, 유럽 정상 방중에 강경 대응 자제”

일각에선 중국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1시간 만에 대만해협에서의 실사격 훈련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포착됐으나, 지난해와 같은 공격적인 고강도 군사 훈련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서 원인을 찾았다.

원티성 호주국립대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전문가 원티성은 “만약 중국이 이 시점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심각하게 고조시킨다면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도 부담”이라면서 “이는 유럽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 또한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재자’로서 지지를 얻고, 첨단 반도체와 같은 전략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유럽과의 관계에 공들이고 있다.

내년 1월에는 대만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군사 위협이 친중국 성향인 야당 국민당보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집권 민진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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