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문학사는 고은 시인의 신작 시집 ‘무의 노래’를 두고 “등단 65주년을 맞아 시의 깊이는 더해지고 시의 감수성은 처음 그대로인 목소리로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속삭인다”고 소개했다. ‘고은과의 대화’는 “등단 65년 대시인의 삶과 철학(사상과 지혜)과 시(대표작 118편 수록)의 정수가 하나로 용해돼 있다. 경전을 읽듯 머리맡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고 시인은 시집 작가의 말에 2017년 12월 시집 ‘어느 날’을 내놓은 뒤 “거의 연중무휴로 시의 시간을 살았다”라고만 적었다. 사과 없는 복귀에 여론도 냉랭한 분위기다. 한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독자평에는 “이런 게 바로 추한 출판”이라는 비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 시인의 책을 펴낸 실천문학사의 언론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천문학사 측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고은 시인)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이메일로 질문받고 있다. 메일을 통해 응해달라”면서 어떠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고 시인의 문단 복귀는 2018년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성추행 폭로 이후 5년여 만이다. 최 시인은 2017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고 시인의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내용의 기고 ‘괴물’을 실었다. 최 시인은 이 시에 고 시인을 ‘En’으로 지칭하면서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고 적어 한국 문학계 미투(Me too) 논란을 점화시켰다. 최 시인은 2018년 2월 실명 고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 시인은 2018년 3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최근 의혹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성추행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고 시인은 성명에서 “자신이나 아내에게 부끄러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계속 집필하겠다”며 “나의 과거 행실이 야기했을지 모를 의도치 않은 상처들에 대해 이미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지만 일부 여성들이 나에 대해 제기한 습관적 성폭력 의혹에 대해선 단호히 부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사퇴했고, 그해 7월 최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최씨의 진술은 자신의 일기를 근거로 당시 있었던 고씨의 말 등을 묘사하는데 구체적이며 일관되고, 특별히 허위로 인식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고 시인은 대법원 상고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