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효린(37)씨는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을 달리는 20분 동안 4번이나 “비켜 달라”고 소리쳤다. 자전거도로를 보행자들이 차지한 데다가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비켜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다.
청계천 자전거도로 인근에서 섬유 가게를 운영하는 변태양(45)씨도 “길 건너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간 싸움을 심심찮게 본다”면서 “왜 멀쩡한 인도 두고 자전거도로로 다니느냐는 식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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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청와대 개방에 맞춰 자전거도로와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를 확대할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19일과 25일, 26일 이데일리가 찾은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은 안전 문제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청계천 마전교 인근 자전거도로에는 인도를 넘어 자전거도로까지 침범해 걷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도로 위 ‘보행자 주의’ 표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걸었다. 이에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를 피하려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이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비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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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동대문구 용두동 정릉천교 인근 자전거도로는 가로수 때문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해당 구간의 폭은 40cm도 채 되지 않았다. 동대문구 용신동에 사는 김모(55)씨는 “너무 좁다. 나무를 피해 걷다 보면 자전거랑 부딪힌다”며 “평일 저녁에 늘 산책하는 길인데 몇 번이고 자전거랑 부딪힐 뻔했다”고 말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청계천을 구경하려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천과 인접한 쪽에 인도 대신 자전거도로만 배치한 탓이다. 인근 파출소 A 경찰관은 “청계천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도로 쪽으로 걷게 되는 구조”라며 “동대문시장 인근 도로는 자전거도로 폭을 넓혀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반씩 병행 설계했는데 더 나은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도로에서 생긴 갈등 탓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인근 파출소 A 경찰관은 “자전거도로에서 걷던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간 다툼이 주먹싸움으로 번져 입건 후 벌금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파출소의 B 경찰관도 “자전거도로상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출동한 적이 몇 번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으려는 조처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자전거도로 근처에 보행자 통행금지 표식과 플래카드를 추가 설치했다”며 “이번 달부터 자전거 교통순찰대에서 계도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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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에 맞춰 따릉이 대여소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청와대 인근 따릉이 대여소 4곳(안국동 사거리, 종로구청 옆, 효자동 삼거리, 청와대 앞길)의 거치대를 증설하고, 2곳(경복궁 신무문, 경복궁 건춘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와대 개방일인 다음 달 10일에 맞춰 대여소가 증설되도록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 시점보다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나 청와대 인근 자전거도로도 단방향에서 양 방향으로 확대한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를 확대하려면 보도 폭을 넓히고 차도를 축소하는 등 도로 구조 및 기능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청와대 개방 시점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