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국들이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과는 의문이 남는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당장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최근 움직임을 감안하면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SJ는 러시아에서 출발한 유조선 대부분에 최종 목적지가 적혀있지 않다면서 정확히 EU 어느 국가로 향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탱커트랙커닷컴에 따르면 4월 들어서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은 유조선을 통해 EU로 수출된 러시아산 원유는 총 1110만배럴로 집계된 반면 3월에는 거의 없었다.
도착지 표기가 없는 유조선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더 큰 배로 원유를 옮기기 위한 것이라고 석유업계는 설명했다. 이는 구매처를 밝히길 꺼리는 원유 수입자가 쓰는 ‘편법’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서방의 제재를 받았을 때도 도착지 표시가 없는 유조선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EU 국가들은 대놓고 러시아에서 원유를 사들이기가 부담스러워 이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에 피 묻은 돈을 가져다주지 말라”며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미국, 캐나다 등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시행했지만, EU는 금수 조치를 아직 논의 중이다. EU의 수입 원유 중 27%가 러시아산으로, 가스 공급 중단에 이어 원유까지 제재할 경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U가 금수 조치를 실행한다 해도 이름 없는 유조선 수입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몬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가 석유 금수 조치를 하더라도 선박에서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담는 편법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합리적인 예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