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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대가성 없음’으로 무죄를 받은 김 대표는 이달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지난 19일 검찰이 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김 대표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진 전 검사장에 대한 뇌물 혐의는 벗었지만 김 대표 입장에서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창업주가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동안 넥슨 내부도 흔들렸다. 게임을 잘 만들어 건실하게 성장했다던 기업 이미지도 손상됐다. 내부 직원들은 동요했다. 상장전 자사주 관리에 엄격했던 김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이 와중에 넷마블 등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한국 게임업계 매출 1위를 넷마블이 차지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흥행을 발판 삼아 넥슨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29일 김 대표는 새 시작을 알렸다. 무죄 확정 후 열흘만이다. 김 대표는 평소 사회 환원에 대한 지론을 다시금 펼치면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그는 자신이 1심 법정에서 했던 말을 복기했다.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그 동안 이 약속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속에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정리해왔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과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환원하고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작점은 지난 2월 발표한 넥슨 재단과 어린이재활병원이다. 청년들의 벤처창업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일도 한다. 이같은 활동을 위해서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경영권 세습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자신들의 자녀들에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넥슨이 혁신 기업으로 남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 등 활동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며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NXC 관계자는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고 전했다. 재판 과정에서 평소 생각이 강해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넥슨은 창립 초기 때부터 김 대표의 뜻에 따라 장학 사업 등 사회 환원 활동을 해왔다”며 “제주도에 있는 컴퓨터 박물관이나 어린이재활병원도 그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제주 NXC 본사 옆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컴퓨터·게임 전문 박물관이다. IT 교육을 통한 제주도민들의 정보 격차 해소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NXC 대표로서 계속 활동한다. 넥슨에 대한 직접적 경영은 안하지만, 전반적인 투자 활동, 사회공헌 활동 등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