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관련해 중국 당국에 ‘적극적 고려’ 입장을 전달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0일 밝혔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이웃인 한국과 일본, 아시아·태평양의 중요한 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가 이미 앞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하는 관련 결정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훙 대변인의 이 발표는 한국이 이미 중국 쪽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한 중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잇따른 유럽 국가들의 가입 의사 표명에 고무되어 한국 등 막판까지 망설이고 있는 국가들을 압박하고 재촉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이달 말까지 가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역시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기획재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가하기 위해 지분 획득 문제 등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이미 가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달 말까지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등이 정식으로 중국에 가입 신청을 제출했다”며 “가입신청을 한 회원국들이 6월 말까지 규정 협상을 완료하고 연내에 공식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훙 대변인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날 “조건이 맞으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우리는 뜻을 가진 국가들이 참가를 희망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우리는 또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건설 (과정)에서 높은 기준을 견지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널리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현존하는 세계의 다국적 은행들이 가진 좋은 방법을 흡수하는 동시에 그들이 걸어온 ‘굽은 길’은 피하면서 고효율의 은행 운영을 확보하며 효과적인 투·융자 플랫폼과 국제개발은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변인은 그동안 중국이 주도하는 이 은행 가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오스트레일리아, 일본이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그들의 결정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드러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