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스위스에서 핵폐기물을 어디에 둘 지하는 걱정이 있었다. 어떤 곳에서도 원치 않았다. 그러던중 스위스 산악지대 작은 마을에 핵 폐기물 두기 안전한 곳을 찾아냈다.
주민들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으로 주민들에게 ‘핵폐기물을 두면 승인하겠냐’고 묻자 51%가 괜찮다고 답했다. 다음엔 ‘1년엔 1인당 6000유로까지 돈을 주면 찬성하겠냐’고 묻자 찬성비율이 종전 51%에서 25%로 절반수준으로 되레 떨어졌다. 일반적 경제학적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주민들의 위험성에 대한 생각은 재정적 지원책 제시 전후가 똑같았다. 주민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뇌물을 받고 싶지 않다. 돈을 받으니 뇌물같이 생각됐다”고.
이전에는 핵폐기물 처리를 ‘공공의 선’을 위해, 도덕성 책임성 때문에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됐었다. 그러나 돈을 제시하니 희생의 의미가 바뀌었다. 뇌물을 받고 우리의 안전을, 복지를 교환하는 조건처럼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돈을 제시하면서 ‘시민의 의무’에서 경제적 상황으로 전환됐던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 도입하면서 비시장적인 시민의식을 갉아먹는 예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마이클 샌델 WSF2013 기조연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