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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자동차 강국의 꿈' 10년 만에 이뤘지만…높아지는 무역장벽

양지윤 기자I 2024.05.27 16:28:28

시진핑, 상하이차 시찰 10주년
중국산 車 수출 53만대서 414만대로 껑충
상하이차, 2027년 '꿈의 배터리차' 출시 계획
정책 지원으로 양적·질적 성장…외부 견제는 더 거세져
EU 관세 발표 임박…러시아 공장 구축 요청 등 새 도전 직면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신에너지 자동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는 중국이 자동차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접어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4년 5월 24일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위치한 상하이자동차그룹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출범 이후 첫 현장 시찰에 나선 그는 상하이자동차그룹 관계자들에게 “기술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며 ‘자동차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6일. 상하이자동차는 오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에는 이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긴 주행거리 등으로 현재 자동차용 배터리 주력인 리튬이온을 대체할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10년 전 연설은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지배하는 길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그가 바라던 ‘전기차 꿈’이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자동차 공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전환을 이루기 위해 중장기 계획인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규획’을 마련하고 자동차 산업에 대대적인 정책 지원에 나섰다.

특히 2014년부터는 신에너지차 보급 확대를 위해 구매세 감면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적용한다. 특히 지난해는 충전 시 주행거리, 배터리 시스템 에너지밀도, 연료전지시스템 출력 등 면세 지원 조건을 한층 까다롭게 만들었다.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속도를 반영하고, 제품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다.

시 주석이 주창한 자동차 제조 강국으로 도약은 이미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2014년 약 53만3000대 자동차를 수출했으나 지난해는 414만대를 해외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수출 자동차의 40% 가까이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꿰찼다. 올해도 고금리·고물가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된 속에서 1~4월 중국산 차량의 누적 수출량은 183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급증했다. 현재 중국 자동차 업체 중 30개 이상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진출, 상하이자동차와 체리자동차, 비야드(BYD) 등 상위 5개 브랜드가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외부의 견제는 오히려 더 거세지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과잉 생산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현행 25%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0%까지 올리기로 한 데 이어 EU는 내달 5일까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내달 5일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주요 외신은 현행 10%인 수입 관세가 25%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동맹국인 러시아는 자국에 자동차 생산 현지 시설을 구축해 줄 것을 중국 업체에 요청했다. 브라질은 최근 수입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을 철회했다. 브라질은 BYD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체리자동차와 그레이트월모터스 등이 전기차 판매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중국 업체들이 두각을 보인다.

외부의 거센 도전에도 중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주시지에 상하이자동차 수석 엔지니어를 포함한 회사 관계자들은 시 주석의 시찰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시 주석의 지시를 잘 기억하고 있다”며 “스마트 드라이빙과 커넥티드 카와 같은 기술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은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부가 소프트웨어 구독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 반면 중국 제조업체들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향후 10년 안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상하이자동차는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연구개발(R&D)에 약 1500억 위안(약 28조200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2034년 전망은 밝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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