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5268억달러(약 70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22년보다 8.2% 줄어든 액수다.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급증했던 PC 판매량이 다시 감소하면서 지난해 초 반도체가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봐도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반도체 판매가 일제히 줄었는데 특히 중국에선 14%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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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에 반도체 경기 반등 계속된다
SIA는 올해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6000억달러(약 797조원)으로 반등,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 뉴퍼 SIA 회장은 “2023년 초엔 전 세계 반도체 판매가 부진했지만 하반기 강하게 반등했으며 이런 추세가 2024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수많은 제품에서 반도체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중요해지면서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등을 이끌어낸 주역은 AI 반도체다. 전 세계적으로 AI 바람이 일면서 고도화된 AI를 학습·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역시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AI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반도체 수요를 진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퍼 회장와 러몬도 장관 말대로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는 물량이 달려서 못 파는 상황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022 회계연도 269억달러(약 36조원)이었던 2023 회계연도 600억달러(약 80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매출도 900억달러(약 119조원)로 50% 가까운 성장세가 예상된다.
◇반도체 뒤처질라…美·日 정부 지원 보따리
각국 정부도 성장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공장당 30억달러(약 4조원) 한도 내에서 프로젝트 비용의 15%를 지원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에 따른 첨단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해 “앞으로 6~8주 안에 몇몇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지급 대상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TSMC와 삼성, 인텔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반도체) 시설은 이 나라에서 전례가 없는 규모와 복잡성을 가진 차세대 투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7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내년 일본 이와테·미에 공장에서 최첨단 8·9세대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6일 보도했다. 키옥시아와 합작사인 웨스턴디지털은 총 7290억엔(약 6조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가운데 2430억엔(약 2조 2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