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이 정몽규에게‥"망한 몽고메리워드를 보라"

김인경 기자I 2020.08.04 12:12:14

[톡톡!금융]이동걸 회장, HDC현산 향해 ''몽고메리워드 되새겨야''
2차 대전 이후 ''2차 대공황'' 우려하며 페인트 도색조차 금지
1위업체였지만..''현금'' 쟁일 사이 ''투자''나선 시어스에 밀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1945년 미국의 리테일 산업에서 몽고메리워드와 시어스의 운명을 갈라놓은 사건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몽고메리워드의 교훈을 언급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공황상태가 이어지자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쟁여놓다가 결국 몰락한 몽고메리워드를 통해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라고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대공황 온다’ …잘못된 판단에 현금만 쟁여

1872년 설립된 몽고메리워드는 우편 카탈로그를 통한 배송업으로 첫 출발을 한다. 창업자인 아론 몽고메리워드는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도시의 상품을 원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이란 넓은 땅덩어리 속에 사업 가지를 뻗으면서 몽고메리워드는 승승장구했고 1930년엔 미국 최대 소매업체가 됐다.

하지만 번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당시 경영자였던 스웰 에이버리는 전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침체하자 미국 전역에 1차 대공황(1929~1939년)보다 더 무서운 2차 대공황이 휩쓸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새로운 상점을 열긴커녕, 기존 매장의 페인트 도색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침체나 불황이 닥쳤을 땐, 현금을 최대한 아끼고 몸을 움츠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보다는 은행을 믿으라고 강조했고 여기에 불만을 품은 임원들도 사임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틀렸다. 뉴딜 정책을 계승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힘으로 침체했던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몽고메리워드의 1945년 전후 경제에 대한 판단 실수는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즈가 ‘20세기 최악의 실수와 판단착오 12개’에 까지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1950년이 되고 나서야 몽고메리워드는 미국 교외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이미 주요 거점은 투자에 나섰던 시어스와 JC페니, 메이시스 상점이 이미 점령한 후 였다. 1960년대가 되자 우편사업까지 주춤하며 몽고메리워드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1988년 잭 웰치 당시 GE 회장이 인수를 했지만 결국 2001년 5월 말 문을 닫고 만다.

◇공격적 투자로 미국 경제 1% 책임지던 시어스

시어스는 시계 판매회사로 1886년 세워졌다. 하지만 1892년 본격적인 배송사업에 나서며 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의류, 장난감, 자동차, 주택건축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당시 1위 업체는 몽고메리워드였다. 시어스는 1930년 당시 몽고메리워드에 인수 제안을 받기도 한 업체에 불과했다.

그런 시어스의 운명을 바꾼 것은 세계 2차대전이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던 1945년 시어스의 이사회 의장 로버트 우드는 교외와 서부 지역으로 매장 증설에 나섰다. 일단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웅크리고 있던 몽고메리워드와 전혀 다른 결정이었다.

당시 로버트 우드는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하며 주요 쇼핑지점에서 떨어진 외곽에도 매장을 만들었다. 자동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또 그는 1947년부터 일찌감치 멕시코시티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경제위기는 짧게 끝나면 중산층이 많아질 것이며 국가간 교류도 증가할 것이란 판단 에서였다.

시어스의 전망은 맞아떨어졌고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시어스는 승승장구한다. 25년 뒤인 1970년께 시어스는 미국 전역에 3500개 점포를 운영하기에 이른다. 당시 시어스의 매출이 미국 전체 경제의 1%에 달할 정도였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시어스타워(108층)이 그 번영의 증거였다. 1991년엔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소매기업으로 올라섰다.

다만 시어스 역시 2018년 청산을 선언한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시어스는 1990년대 월마트가 싼 가격을 바탕으로 등장할 땐, 저가 상품은 양질의 상품을 이길 수 없다며 무시로 일관했다. 2010년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멤버십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오프라인 매장만 강화했다. 현재 시어스는 에드워드 램퍼트의 헤지펀드 ESL인베스트먼트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몽고메리워드의 예를 든 것은 현금이 넉넉한데도 가운데 위기 속 선제적 투자를 하지 않는 HDC현산을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라는 평이 나온다. HDC현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1조98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비축하고 있다.

이 회장은 “두 회사가 어떤 판단을 해서 한 회사(몽고메리워드)는 쇠락의 길을, 다른 회사(시어스)는 이후 30∼40년간 전 세계 리테일을 평정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는지를 잘 알 것”이라며 “코로나 위기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항공산업을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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