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막으려 수백억대 분식회계…사기대출에 공무원들에 뇌물도

조해영 기자I 2018.11.13 12:00:00

세무조사 피하려 뇌물 건넨 업체 대표 검거
뇌물 받은 공무원·전달한 세무사도 붙잡혀
"기업→세무사→공무원 이어지는 토착 비리"
상폐로 인한 피해자 8800명 달해

경찰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물품.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주고받은 코스닥 상장업체 대표와 전·현직 공무원, 세무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교부 등의 혐의로 코스닥 상장업체 Y사 대표 A모(45)씨와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 B모(54)씨, 세무사 C모(45)씨 등 총 22명을 형사입건하고 이 가운데 황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자신이 운영하는 휴대폰 터치스크린 개발·제조사가 실적 저조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67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31억원을 횡령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 이들은 이를 숨기는 과정에서 법인통장 입·출금 내역을 조작하거나 채권채무 조회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위조 서류를 토대로 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18회에 걸쳐 22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같은 기간 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B씨 등 세무사 2명에게 뇌물을 건넸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인 Z업체 역시 마찬가지로 2013년 3월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B씨 등에게 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은 B씨 등이 세무대학을 나와 공무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통해 뇌물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세무조사 무마 및 뇌물수수 흐름도. (자료=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 세무사들은 Y업체 6건, Z업체 1건 등 총 7건의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총 3억 7700만원 상당을 받아 수수료 등을 제하고 2억 2000만원을 공무원들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뇌물공여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뇌물을 받고 Y업체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B모(54)씨 등 전·현직 공무원 10명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 등은 위조서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업체들이 조사 과정에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넘어가는 방식으로 세무조사를 사실상 무마한 혐의(뇌물수수·직무유기 등)를 받는다. 공무원 가운데 1억 7000만원 상당을 챙긴 C씨는 지난 6월 구속돼 8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준으로 Y업체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자가 8800여 명에 달한다”며 “국세청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금융감독원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 관련 기관과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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