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중국 부동산의 가격 거품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시장 과열 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어닥치던 부동산 광풍이 소멸되는 양상이다.
◇ 이달 들어 주택거래 ‘뚝’
14일(현지시간) 중국 경제포털 텅쉰차이징은 지난주부터 베이징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베이징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주택 거래는 1931건으로 전주 대비 38.5% 감소했고 중고주택 거래는 5136건으로 37.3% 감소했다. 중고주택 거래의 경우 5주 연속 상승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고주택의 매물량 감소와 함께 가격도 전주 대비 1.5%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가 체감하는 변화 조짐은 더욱 뚜렷하다. 청명절(4일) 이후부터 베이징의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한달 전에 비해 시세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의 문의로 바빠졌는데 한달 전과 정반대의 문의가 늘었다”며 “과거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보고 문의하는 고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는 것에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징에서는 한달 전 900만위안(약 16억원)의 시세를 형성했던 주택이 이번주 들어 690만위안에 팔리기도 했다.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주택 가격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다보니 최근엔 저가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문의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워아이워자(我愛我家)의 콩단(孔丹) 매니저는 “베이징의 부동산 시장 흐름이 갑자기 바뀌고 있다”면서 “시장이 이성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4월의 부동산 거래량은 3월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중국판 서브프라임’ 우려..中정부 규체 강화 효과 발휘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 부동산 시장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15개 주요 부동산 기업의 ㎡당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해 3월 9800위안에서 올해 3월 1만1600위안으로 18.4%(1800위안) 올랐다. 거래도 급증하며 대다수 부동산 기업들의 3월 판매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1분기 전체 판매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왔다.
이는 주택자금을 활성화해 미분양 주택의 과잉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려 했던 중국 정부의 노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그간 대출 활성화를 통한 주택 구입을 적극 권장해 왔다. 중국에서 집을 살 때 통상 3분의 1을 구매자가 부담하지만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이러한 계약금마저 대출에 의존하는 구매자들이 증가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1선도시 부동산으로 수요가 몰렸다.
이랬던 분위기가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대도시 부동산값의 고공행진과 과도한 부채로 중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등이 일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과열 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먼저 상하이시가 나섰다. 상하이시 당국은 부동산 과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 이에 대한 억제책으로 은행간 금리인하 경쟁제한 및 부동산 대출 금리 인상, 2주택자 은행대출 규제강화 등의 내용을 검토했다. 이어 선전시에서도 주택 구입자에 대한 계약금 비중을 높이는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다.
여전히 우회 대출이 성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오르던 부동산 시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제학자 마광위엔은 “그동안 증시부양 및 화폐정책으로 인해 1선도시의 부동산 가격 과열이 발생했는데 특히 1분기에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폭등했다”며 “현재 시세가 안정세로 돌아선 만큼 올해 부동산 과열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