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2년간 허리를 굽힌 자세로 일하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이강원)는 기아자동차 생산직 근로자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1989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후 2012년까지 약 22년간 생산설비에서 일했다.
근무기간 김씨는 주당 5일, 1일 평균 10시간을 허리에 볼트를 담은 가방을 부착한 채 하루에 5㎏짜리 모터 80~200개를 들어 차에 장착했다. 해당 작업은 허리를 20~70도 구부리거나 옆으로 비튼 상태에서 진행된다.
김씨는 2012년 3월께 볼트박스(30㎏)를 들다가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검사결과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5월에 수술을 받은 김씨는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로 증상이 더욱 나빠졌다면 업무와 직접관련이 없다 해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원고는 30㎏의 볼트박스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힘을 써 추간판탈출증 증상이 급속하게 진행됐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이나 작업자세, 지속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추간판탈출증의 발병이나 현저한 악화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