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회장이 1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 5월 말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시작된 효성 수사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그룹 내 자금관리 실태와 탈세, 횡령 및 배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특히 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총수로서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지시·묵인했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경영진 소환조사를 통해 효성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 관계를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달 안에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고, 조 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을 포함해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해 효성그룹에서는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효성은 주요 경영진들의 출국금지와 잇따른 검찰 소환으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사실상 멈춰 선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파트너 선정이 엄격한 만큼 오너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그룹을 총괄하는 조 회장을 비롯해 전략본부장이면서 섬유PG(퍼포먼스 그룹)장과 정보통신PG장을 맡고 있는 조현준 부사장, 산업자재PG장인 조현상 부사장(조 회장 3남) 등이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은 물론 매년 1월 실시하는 인사도 기약 없이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효성 관계자는 “신규 사업 투자와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룹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섬유사업에선 중국 후발 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있어 기업 이미지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이번 사태를 부풀려 흠집내기를 하고있다”며 “파트너사들이 계약에 따른 섬유공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많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핵심관계자들이 구속되는 등 신변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이들을 대신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는 것도 문제다. 조 회장이 그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데다 핵심사업군을 두 아들이 나눠 관리해온 체제여서 이들을 대체할 CEO 인력 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아들들이 핵심사업을 이끌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을 경영할 수 있는 중간이상 관리 임원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사법 처리가 확정되면 경영이 제대로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78세인 조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직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검차조사실로 들어가는 조 회장의 모습은 병색이 완연했다. 조 회장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로 지병인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이 악화 돼 지난달 15일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 5일부터 재입원한 상태다.
한편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자 이후 10여년 간 흑자를 줄이는 방법을 통한 1조 원대 분식회계로 법인세 수천억 원을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해외 법인 명의로 거액을 빌려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뒤 회수불능 채권으로 처리해 부실을 털어내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거래에 쓴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타인 이름으로 관리하는 등 10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하며 양도세를 내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외환위기로 생긴 부실을 국민혈세로 연결되는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이익을 내서 갚아온 것”이라며 “비자금, 횡령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반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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