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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매 예측 실패로 3년간 273억 손실

윤정훈 기자I 2023.10.31 14:25:51

aT 수매비축 시스템 빈틈, 감사결과 드러나
최근 3년 배추, 무, 양파 3만여t 폐기손실만 273억
작황 모니터링 결과에 맞춰 비축사업 추진해야
식품 법령 위반 업체 급식식자재 100억원 이상 납품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3년간 수급안정을 위한 수매비축 물량 폐기로 273억원의 손실을 입은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식품 관련 법령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학교 급식 식자재를 100억원어치 이상 납품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감사원은 3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aT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정기 감사는 2014년 11월 이후 9년만이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aT가 수급안정을 위한 수매량 결정 시 실제 작황 결과(매월 발표)와 관계없이 농업관측 예측생산량(수급부족 시기의 3개월 전 자료)을 사용하고 있어, 최근 3년간 수매비축한 배추, 무, 양파 총 3만여t을 폐기해 27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배추 폐기량이 1만703t(106억원), 무 1만t(65억원), 양파 9370t(102억원)으로 총 273억원의 폐기손실을 기록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aT가 예측 생산량의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작황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수매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비축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들 기관은 농안법 제5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7조 및 농업관측 실시요령 제2조에 따라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농업관측 전담기관으로 지정해 가격등락 폭이 큰 주요 농산물의 작황 등을 조사·분석하는 농업관측을 품목별로 매월 실시·공표하고 있다. 이에 맞춰 농식품부는 수매비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을 발표하는 시기가 실제 수급부족 시기의 3개월전 자료를 쓰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배추(상품) 소매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6천587원으로 한 달 전의 5천476원보다 20.3% 올랐다. 1년 전의 5천934원과 비교해도 11.0% 비싸고, 평년(5천432원)보다 21.3% 높다. 사진은 1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보관기간이 짧은 농산물의 방출방법을 개선하고, 감자 수급조절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적정 보관기간이 짧은 배추, 무의 경우 산지에서 시장으로 방출·판매하면 불필요한 폐기량을 줄일 수 있는데 다른 농산물과 같이 수매 전량을 창고에 비축 후 방출·판매하고 있어 폐기가 늘어난 탓이다.

최근 5년간 식품 관련 법령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학교 급식 식자재를 100억원어치 이상 납품한 사실도 이번 감사로 밝혀졌다. 급식시스템은 전국 1만1976개 초·중·고등학교 중 9407곳(78.5%)과 유치원·어린이집 등 1123개 기관이 사용하는 식자재 공공 조달 시스템이다.

식품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과태료·과징금 등 행정 처분을 받은 업체는 처분일로부터 3개월간 급식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으며, 영업정지 업체의 경우 정지 기간이 종료된 후 3개월간 이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정지 기간 급식시스템을 이용해 계약을 따낸 업체가 다수 적발됐다

행정처분 내역이 급식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계되지 않는 데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행정처분 대상 업체 입력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식품 관련 법률을 위반한 식자재 공급사의 행정처분 내역이 공공급식 전자조달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식자재 공급사의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보와 일치시키도록 개선하라”며 “위장업체가 공공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식자재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주기적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위장업체를 파악·점검하고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위장업체 신고센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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