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된 낡은 ‘동일인 지정제도’ 전면 개편해야”

강신우 기자I 2023.10.05 15:05:17

‘기업집단 규제개선’ 국회 토론회
“37년된 규제틀 고수…현실 제대로 반영못해”
“신고자는 ‘법인’ 처벌은 ‘과태료’로 개선해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37년이 된 낡은 ‘동일인 지정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에 이어 학계에서도 나왔다.

이 제도는 그룹 총수가 누구인지를 정부가 지정하는 것으로 지난 1986년 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도입됐는데 산업현장의 변화에 뒤처지다 보니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과도한 의무와 형벌 책임만 부과하는 ‘킬러규제’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동일인 지정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기업집단 규제정책 개선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결합정책과 과장이 참여했다.

최준선 교수는 “기존 동일인 제도는 도입된 지 40년 가까이 기존 규제 틀을 고수하면서 변화해온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동일인 대상의 자료제출 의무 부과나 법 위반 시 동일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규정정비가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현재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을 위해 기업총수(동일인)에게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정당한 이유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의 자료를 제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동일인 지정제도의 대폭적인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건의서에는 △동일인 명칭변경 △기업집단에 동일인 유형 선택권 부여 △동일인관련자 범위에서 사외이사, 비영리법인 임원 제외 △공익재단의 기업집단 편입기준 완화 △동일인 판단기준 구체화 △동일인 변경시 기업집단 범위 변경절차 추가 등 8건의 개선과제를 담았다.

주진열 교수는 “동일인 지정제도는 공정거래법 제47조 등 대기업 집단 규제 문제의 하위 쟁점이므로 대기업집단 규제 제도 자체가 타당한지에 대한 대답이 우선돼야 한다. 대기업집단 규제 자체는 타당하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동일인 지정제도를 논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제도는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 교수는 차선책으로 김희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일인지정제도 관련 개정법률안을 제시했다. 앞서 김 의원은 9월21일 동일인의 책임 소재와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여, 기업집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은 부여하되 지나친 처벌 등은 완화하는 등 과도한 부담을 주던 킬러규제를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 교수는 “기업집단의 지정자료 요청 거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과태료로 전환해 기업집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은 부여하되 과도한 부담을 주는 킬러규제를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 차선책으로 매우 타당해 보인다”며 “또한 기업집단 지정 관련 신고 의무자를 회사 법인으로 명시한 내용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심재한 교수는 “재벌 총수 개인이나 그 가족 또는 혈족에 의한 기업집단의 지배는 근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며 “소위 빅테크 기업집단의 경우 기존 재벌의 지배구조와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존 규정 개정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고도화에 따라 각종 연기금, 투자펀드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집단에서 최대 지분을 취득한 경우도 늘어나 점차 자연인인 재벌 총수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사례는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안의 지속필요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병건 과장은 학계의 이 같은 의견에 “공정위는 그동안 변화된 경제와 사회 환경을 반영해 대기업집단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날 토론회 논의를 참고해 제도의 합리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동일인 지정기준과 절차를 정비하고, 동일인 지정제도에서 파생되는 여러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고 전문가들의 논의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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