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 걱정인데…‘전력기금 요율’ 내릴 수 없나요?[궁즉답]

강신우 기자I 2023.02.22 16:43:41

올해 4660억 초과 징수 예상되지만
산업부, 송전설비 투자 이유 부정적
‘3.7%→2%’ 인하법안은 국회 계류 중
에너지 저소비·고효율로 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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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Q. 지난달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13.1원 올랐다고 하니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됩니다. 청구서를 봤더니 전기요금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이 3.7% 붙던데요. 기금 요율을 내려서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 줄 수는 없는 건가요?

전기요금 인상으로 동절기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 여름에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냉방비 폭탄’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요금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은 ‘단계적 인상’입니다. 한국전력(015760)한국가스공사(036460)의 적자 및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에너지요금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 인상 폭과 시기는 조절한다는 방침입니다.

어떤 이들은 전기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을 낮춰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지금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설명을 위해선 전기요금의 구성체계부터 알아야 합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 4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후환경요금(1월 기준 킬로와트시당 9원)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인데요. 이 요금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 이행비용(RPS)과 배출권거래제도 이행비용(ETS),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운전 소요 비용(석탄발전 감축비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 연료비조정요금은 연료비 변동분(석탄, 천연가스, 유류)을 반영하는 요금인데요. 올해 1분기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5원입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와 전력기금 3.7%가 따로 붙는데요. 전력기금은 세금과는 성격이 다른 전기사업법 제51조에 근거해 내는 ‘부과금’입니다. 전기요금의 6.5%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재원은 도서벽지 전력공급 등 전기사용 기본생활권 보장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쓰입니다.

전기요금 부과체계.(자료=한국전력)
감사원, 국회예산정책처, 국책 연구기관 등은 전력기금이 과다 징수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과 요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국산업연합포럼의 미래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기금을 작년 3610억원, 올해 4660억원 초과 징수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당장 요율 인하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요율 인하를 위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아직 국회 논의 첫발도 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발전소 주변지역 보상이나 송전설비 투자 등 본질적 투자 필요가 있어 (기금요율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과 요율을 현행 3.7%에서 2%로 인하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부가가치세율 인하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간 전기요금 부가세율 인하 의견은 많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현실화한 적 없는데요. 지난 2018년 10월 박명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택용 전기요금의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부가가체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습니다.

당시 법률안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부가세를 면제해도 요금 인하효과가 0.6% 수준에 불과하고 △전기가 부가세 면제대상이 되면 한전이 전기 매입시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기에 오히려 전기요금 인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으며 △주택용 외 산업용 등 다른 용도의 전기에 대한 조세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에너지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산업구조와 국민생활 방식을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로 바꾸는 것 뿐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에너지절약 실천이 올 여름철 전기요금을 줄이고 전력난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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