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죄다 PCR 검사…'철통보안' 롯데호텔서 차담회
1시간여 동안 한·사우디 MOU 및 네옴시티 협업 논의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17일 오후 4시30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로비 입구에 한 승용차가 멈춰 서더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렸다. 이 회장은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눌 예정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10초가량 지난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본인의 차량에서 내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도착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해욱 DL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도 마찬가지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기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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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기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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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기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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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이 이날 이처럼 한자리에 모인 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동 때문이다. 이날 새벽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는 오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고 오후 5시쯤부터는 국내 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1시간가량 차담회를 가졌다. 사우디 측은 호텔 로비 입구부터 흰 가림막을 쳐 차담회 동선을 전면 비공개로 진행했다. 총수들은 죄다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묵은 이 호텔은 낮부터 회동 준비로 분주했다. 동양인뿐 아니라 사우디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성들도 청바지 같은 편한 복장을 입거나 선글라스를 낀 채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또는 혼자서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국내 8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을 앞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의 모습.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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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도 일찍부터 삼엄했다. 경찰공무원증을 목에 매고 인이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사복 차림의 경찰들이 건물 주변과 호텔 안팎을 바쁘게 오갔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도 호텔 정문 밖 인도를 계속 서성이며 순찰을 돌았다. 총기로 무장한 대통령 경호처 CAT 요원들도 곳곳에 있었다.
호텔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은 인근에 드문드문 배치된 경찰들과 호텔 입구를 막은 하얀 가림막을 응시하며 지나갔다. 그들은 신기한 듯한 눈빛으로 한동안 호텔 입구를 보거나, “빈 살만 때문인가보다”라며 일행과 대화를 나눴다.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8대 그룹 총수들이 회동한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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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와 이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이날 오전 한국 민간·공기업과 사우디간 업무협약을 맺은 사업을 비롯해 ‘네옴시티’에 관한 사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모여 빈 살만 왕세자와 환담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2달 뒤인 같은 해 9월 사우디 출장 때 빈 살만 왕세자와 다시 만나 기술과 산업, 스마트시티 등 협력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