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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재판, 코로나19로 3배 가까이↑…법원별 차이 커

이소현 기자I 2022.02.18 17:10:11

작년 전국 법원 영상재판 697건…전년比 171.2%↑
법 개정으로 영상재판 확대 시행하면서 증가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정이 반복됐던 전국 법정에서 작년 영상재판실시 건수는 전년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2월 28일 서울고법에서 첫 형사사건 영상재판을 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는 구치소에 설치된 중계시설을 통해 재판에 출석했다.(사진=연합)
18일 이데일리가 법원행정처에 확인한 결과 작년 전국 법원에서 실시한 영상재판 건수는 총 6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257건)과 비교해 2.7배(171.2%) 늘어난 수치다.

영상재판 월별 추이 통계를 보면 1~10월에는 두자릿수 건수에 그쳤다. △1월 17건 △2월 14건 △3월 16건 △4월 16건 △5월 22건 △6월 33건 △7월 63건 △8월 83건 △9월 84건 △10월 86건이었다. 그러다 작년 11월 18일부터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일부 민사 소송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영상재판을 확대 시행하면서 △11월 113건 △12월 150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영상재판 활용 유형을 보면 변론준비(424건)가 가장 많았으며, 심문기일·기타(169건), 민사 증인 등 신문(58건), 형사 증인 등 신문(46건) 순이었다. 영상재판은 민사소송의 변론준비기일과 심문기일, 변론기일 등 대부분 절차와 형사소송의 구속 이유 고지, 공판준비기일 등 일부 절차에서 가능하다.

법원행정처는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확산으로 재판지연을 방지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확보하려는 방안으로 영상재판의 도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특히 2021년 11월에 개정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이 시행됨에 따라 변론기일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등 영상재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이 영상재판 실시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영상재판이 늘어나면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등 법원의 대민서비스는 향상되는 가운데 법원별 건수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영상재판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은 서울회생법원(95건)이었다. 다음으로 인천지법(91건), 서울고법(78건), 서울중앙지법(71건), 서울행정법원(68건), 수원지법(42건) 순으로 많았다.

반면 나머지 법원 및 지원에서 영상재판은 모두 연간 20건 이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방법원에서 영상재판 활용도는 극히 낮았는데 대표적으로 서울지역을 보면 서부지법(12건)이 그나마 두자릿수를 기록했고 동부지법 9건, 북부지법 8건 순이었다. 남부지법은 1건으로 최저치를 보였다.

법원행정처는 “영상재판 실시 여부는 기본적으로 재판부에서 사건별로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해 판단하는 재판사항에 해당하고, 전산시스템 입력 없이 영상재판이 시행되어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사건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에서 법원도 위기를 맞았다. 일부 법원은 확산 위기 때마다 법정이 열리지 못해 재판 지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국 법원은 지난해 2월 24일부터 3주간의 휴정기를 가졌다. 특히 당시 확산세가 거셌던 대구 등 지역 법원은 휴정기를 1~2주 더 늘렸다.

코로나19 확산은 영상재판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 애초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소액 민사사건 등에 대해서 영상재판을 시작했지만, 활용도는 미미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평소에도 불특정 다수의 민원인 출입이 많은데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재판부와 피고·원고, 각 변호인과 방청객까지 참석하는 기존 대면재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영상재판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상재판에 대해 변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례로 단 10분이 걸리는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굳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코로나19 시국에 사람들이 일일이 법정에 모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교정기관 수용자도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영상재판 시스템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영상재판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관들이 제대로 인용하려는 변화도 필요하고, 구치소의 집단감염 등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심리의 공개를 위한 인터넷중계시스템 구축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는 “내외부 사용자 모두가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영상재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카메라·스피커·마이크 등 장비를 확충하고 영상재판 시행 경험이 있는 재판부,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전산시스템의 기능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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