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0달러어치 사자"…법정통화화 앞둔 엘살바도르 풍경

김보겸 기자I 2021.09.06 17:02:53

트위터·레딧서 비트코인 소액 매수 움직임
24시간 전보다 3.79% 오른 5만1800달러대
시민 대다수는 냉담…"변동성 크고 범죄 우려"



엘살바도르가 7일 비트코인 법정통화화를 앞둔 가운데 한 상점에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써 붙인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법정통화화를 하루 앞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매수 움직임이 일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위터와 레딧 등 플랫폼 이용자들이 7일 엘살바도르 비트코인법 발효를 기념해 비트코인 30달러어치를 일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올 초 투자자들이 일제히 게임스톱 등 밈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높인 상황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은 한국시간 6일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24시간 전보다 3.79% 오른 5만183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6일 비트코인 하루 움직임. 한국시간 4시50분 기준으로 24시간 전보다 3.8% 가까이 오른 5만18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사진=코인마켓캡)
엘살바도르에서는 7일부터 비트코인이 법정화폐 지위를 갖게 된다. ‘비트코인 전도사’를 자처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주도해 지난 6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화 하기로 하면서다. 국민 70%가 은행 계좌가 없는 상황 속 최대한 많은 이들이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화하면 수억달러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의 경제는 미국에서 일하는 친척들이 송금하는 돈으로 상당 부분 떠받쳐지는 구조다. 외국으로부터의 송금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연간 4억달러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를 낮춰 외화가 추가로 유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민 비트코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전자지갑 ‘치보’를 다운받아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면 국민 1인당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지갑에 넣어 준다. 도시에는 시민들이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로 환전할 수 있도록 ATM기도 설치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법정통화화에 반대하는 낙서가 그려진 모습(사진=AFP)
친척들로부터 돈을 송금받는 시민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시민들은 비트코인 법정통화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53세 남성은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테크놀로지의 진화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부인과 아이 셋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어 월 1~2회 돈을 보낸다는 그는 “송금 수수료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민 대다수의 반응은 냉담하다. 센트랄아메리칸대학(UCA)이 지난 2일 1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7.9%는 “비트코인 법정통화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80%도 전자지갑 사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변동이 심해 위험부담이 크며, 범죄집단이 돈세탁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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