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양의 양모인 장 모 씨는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연녹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갈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들어선 양부 안모 씨도 재판 시작 전부터 피고인석에 앉아 눈물을 훔치며 울먹였다.
안 씨는 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위대, 취재진을 피해 이른 오전 변호사와 함께 법정이 들어갔고, 재판부에 신변 보호 요청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는 법정에 들어선 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안 씨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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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의뢰한 재감정 결과와 그간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신청한다고 밝혔다.
공소장 변경 신청 경위에 대해선 장 씨가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해 몸 상태가 나빠진 정인 양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밥을 안 먹는다며 격분해 양팔을 잡아 흔들고 복부를 수차례 때린 뒤 발로 밟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 씨와 안 씨 측 변호인은 “두 사람 모두 부모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힘들게 한 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가 어떻게 다쳤는지 생각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상습아동학대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또 검찰이 새로 신청한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은 “(장 씨가) 당시 아이에 대한 감정이 북받쳐 양팔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팔이 아파 아이를 떨어뜨렸고, 괜찮은 것처럼 보여 잠시 자리를 비운 뒤에야 아이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 분노가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분노 이유에 대해 공감하고 우리(변호인)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사실과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이 변호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장 씨가 조사 단계에서 정인 양을 향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수차례 표현했고 관련 반성문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씨에 대해선 “양부는 양모의 학대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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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첫 재판은 11시20분께 끝났지만 불구속 상태인 안 씨는 시민들의 분노에 한동안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안 씨는 결국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린 채 신변보호를 받으며 차량으로 전력질주했다. 그러나 그가 탄 차량에 담배꽁초와 씹던 껌 등이 날아들었고 일부 시민이 발길질을 하고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꼼짝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속 상태인 장 씨는 호송차를 타고 비교적 수월하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일부 시민이 호송차 앞을 막고 길에 누워 “사형”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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